美, 포스트-우크라전 고민할 때

입력 2022-12-23 17:18   수정 2022-12-24 00:33

최근 중국, 러시아, 이란과 같은 수정주의 강대국들의 부상에 놀란 서방은 쓰디쓴 진실을 기억해야 한다. 평화로운 시기엔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전쟁의 시기엔 평화를 준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945년 이후 유럽 최악의 전쟁이 됐다.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미국은 스스로 원하는 평화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국경의 문제가 아니다. 때가 되면 영토에 대한 흥정이 벌어지겠지만 진지한 평화 회담이 시작되는 시점에 군대가 어디에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평화를 되찾는 길은 험난할 것이다. 수족관을 생선 수프로 바꾸는 것보다 생선 수프를 수족관으로 바꾸는 일이 더 어려운 법이다.

미국이 원하는 평화의 조건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첫째, 전쟁은 되도록 빨리 끝나야 한다. 전쟁은 길어질수록 더 파괴적이다.
휴전보다 견고한 평화 조약 맺어야
둘째, 진정한 평화로 끝나야 한다.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휴전은 안 된다. 세계 경제를 망치는 지속적인 제재는 바람직하지 않다. 유럽의 절반이 영구적인 전시 체제에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전쟁은 휴전이 아니라 조약의 형태로 끝맺어야 한다.

셋째, 러시아는 분명한 침략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미래의 러시아 지도자뿐만 아니라 세계의 다른 잠재적 침략자들에게도 침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일깨워줄 필요가 있다.

넷째, 이 전쟁의 끝이 다음 전쟁의 발판이 돼서는 안 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부분적 확장은 실수였다. 호수 한쪽에 ‘낚시 금지’ 표지판을 붙이면 나머지 지역에서의 낚시는 허용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다. 조지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는 NATO 회원국이 아니다. 러시아는 이들 모두를 침략하거나 전복시켰다. 이 전쟁의 끝에선 명확한 안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은 러시아 연방의 분열로 전쟁이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 권위의 붕괴는 최악의 경우 그 지역의 혼란과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중국에 힘을 실어줄 것이다. 방식이 탐탁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러시아 연방은 우크라이나부터 태평양, 북극해에서 흑해까지 뻗어 있는 광범위한 지역의 무정부 상태보다는 낫다.
루스벨트도 전후 준비에 공들여
이 중 어느 것 하나도 달성하기 쉽지 않다. 모두 달성하기는 더욱 어렵다. 러시아가 완전히 붕괴하지 않는 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모든 땅을 내주고, 모든 배상금을 지불하고, 전쟁 범죄 수사와 재판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서방의 안보와 원조 약속은 불완전하더라도 우크라이나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평화 조약을 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이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러시아와의 협상뿐만 아니라 동맹국, 미 의회와의 협상마저도 힘겨울 것이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행정부는 전후를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바이든 팀은 휴전보다 더 견고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미리 고민해야 한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It’s Time to Prepare for Ukrainian Peace’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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