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8%로 조정하는 ‘반도체 특별법(K-칩스법)’ 국회 통과 가능성이 높아진 것과 관련, 양향자 의원(무소속·사진)은 “대한민국 반도체산업 사망선고나 다름없다”며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시켜달라”고 호소했다.
반도체 설비투자에 대한 대기업 세액공제를 현행 6%에서 8%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23일 밤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기존보다 세액공제 혜택을 늘리긴 했지만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개정안대로라면 한국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양 의원은 경고했다.
삼성전자 출신으로 국민의힘 반도체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는 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공약 파기 수준”이라면서 “세액공제 8%는 전진이 아닌 후퇴, 개선이 아닌 개악이다”라고 거듭 비판했다.
이 법안은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 시설에 투자하는 경우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투자 금액의 8%, 중소기업은 16%까지 세액공제 하는 내용을 담았다. 그간 여야가 주장해온 수준에 비해서도 크게 떨어진다. 당초 여당은 2030년까지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 혜택을 대기업 20%, 중견기업 25%로 하자고 했으나 야당은 “재벌 특혜”라며 대기업 10%, 중견기업 15%로 제시했다. 여야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끝에 세수 감소를 우려한 기획재정부 입장이 수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기업 세액공제 비율만 현행보다 2%포인트 올린 내용이다.
양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기재부는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 중 가장 중요한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애초 25%에서 8%로 후퇴시켰다. 여당·정부·산업계·학계가 지혜를 모아 만든 ‘K-칩스법’이 반쪽짜리가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에 관한 글로벌 스탠다드(세계적 표준)는 25%다. 미국 25%, 대만 25%, 중국은 무려 100%”라며 “한국 8%, 경쟁력이 있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글로벌 반도체 지원 경쟁에서 한국은 완패의 길로 가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한국에서 쫓아내는 정책”이라고 성토했다. “‘대기업 특혜’는 정치 논리다.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가장 원하는 것은 중소·중견기업”이라고도 했다.
양 의원은 “우리 정부가 뒷걸음질 치면서 반도체산업은 ‘코리아 엑소더스(대탈출)’ 중이다. 벌써 미국으로 빠져나간 투자금만 300조원에 달한다”며 “정부의 조세특례제한법을 오늘 본회의에서 부결시켜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하루하루 가쁜 숨을 쉬는 기업들의 산소호흡기를 떼는 일이다.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국회와 정부의 재고를 촉구한다”고 되풀이 강조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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