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영끌족'이 치솟는 대출 이자에 속 쓰린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다. '블랙 크리스마스'가 따로 없다는 호소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지난해 초 인천 송도로 이사한 30대 최 모씨는 24일 "송도 5공구에 위치한 30평대 아파트를 8억원에 주고 샀다. 지금 6억원대 초반까지 값이 떨어졌다"며 "대출 이자만 생각하면 송도로 이사온 게 너무 후회된다. 크리스마스 기분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군포에 거주하는 40대 이모씨는 "한달에 20만원 정도였던 대출 이자가 최근에는 48만원까지 치솟았다"며 "9억원이던 집값도 6억원대로 뚝 떨어졌다"며 하소연했다.
가파른 금리 인상에 아파트값은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 11월까지 누적 전국 아파트값은 2003년 12월 한국부동산원이 집값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에도 가파른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올해 아파트값이 사실상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올해 집값 하락폭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경기 침체와 공급 과잉 부작용으로 집값이 하락했던 2012년을 넘어서 외환위기 이후 최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2.54%, 24.51% 올랐던 경기도와 인천의 아파트값은 올해 11월까지 각각 6.56%, 8.26% 떨어지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인천은 올해 말까지 누적 하락률이 두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내년에도 집값 하락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내년 시장 전망에서 전국 아파트값이 5.0%, 서울은 4.0%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내년 전국 주택 매매가격이 2.5%, 수도권이 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 현상에 따른 경제 침체 우려도 크다"며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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