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2일 16:1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한국은 아주 역동적인 시장이죠. 특히 주목할 만한 부동산 딜이 많기 때문에 올해는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총 운용 및 관리자산(AUM/AUA)이 2068억달러(약 265조원)에 달하는 PGIM Real Estate의 에릭 아들러 회장(최고경영자·CEO)은 지난해 연말 한국을 찾았다. 국내 주요 연기금을 만나기 위해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2003년부터 한국 시장에 총 14건, 28억달러 가량을 투자해왔다"며 "경쟁이 치열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며 부채비율이 높아 아주 역동적인 시장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투자운용사 3위권에 드는 PGIM Real Estate의 투자전략과 올해 계획 등을 아들러 회장에게 들어봤다. 다음은 아들러 회장과의 일문일답.
▶얼마만의 방한인가. 방한 이유는.
"코로나 이전인 2020년 1월에 왔었고 거의 2년 만이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건 한국에서의 흥미로운 투자계획을 세우고 좋은 딜을 찾으려고 온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연기금 등 한국 내 주요 기관투자자(LP)들과 앞으로의 투자전략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한국 시장엔 2003년부터 꾸준히 투자해왔는데 한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 시장의 장단점에 대한 평가도 궁금하다.
"전 세계 주요 도시에 다 투자하고 있지만 서울이 눈에 띈 건 글로벌 도시로 손색 없을 만큼 역동적이고 한국의 산업구조도 탄탄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더 기업이 한국에서 여럿 나오기도 했고 미들마켓의 산업선도 기업 수도 많은 편이라 매력적이다. 또 교육 수준이 높고 인력도 풍부한데 시장 투명도가 높은 게 장점이다.
특히 한국엔 주목할 만한 부동산 딜이 많다. 딜 메이커도 많고 경쟁도 치열하기 때문에 신속하게 의사결정해야 하는 흥미로운 시장이다. 부채비율이 높은 건 장점이자 단점이다.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를 잘 잡으면 만족스러운 투자를 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중에서 성공적이었던 투자 사례는.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2017년에 매입해 2019년에 엑시트한 티타워 빌딩을 꼽을 수 있다. 당시 우리는 아주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려서 기회를 잡았었다. 2021년에 매각한 서울 서소문의 정안빌딩도 성공적인 투자 사례였다. 부동산 딜은 의사결정 타이밍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 H스퀘어, 푸디스트 물류센터, 한솔냉장 오포센터 등을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는 급격한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된 한 해였다. PGIM Real Estate의 지난해 투자전략과 성과는 어땠는가.
"전 세계적으로 경기 하강기였다. 우리는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레버리지를 낮추는 방향으로 전략을 세웠다. 변동성이 높은 자산은 매도했고, 유동성이 없을 때 매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자산 위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경기 하강기에도 주거용과 상업용 부동산은 탄탄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선 오피스 투자를 지양해왔고 아시아엔 계속 투자했다. 수요가 많은 리테일, 슈퍼마켓 같은 곳에 투자했고 싱가포르에선 예외적으로 여전히 쇼핑몰이 잘 돼서 쇼핑몰에도 투자했다. 유럽에선 딜 자체가 거의 없었는데 하이일드 등 부동산 금융, 대출상품 위주로만 투자했다.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탄탄한 성장률을 보이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에선 대출 위주로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사실 AUM보다는 아웃퍼포먼스(추가성과)를 내는지가 더 중요하다. 전체 금액 위주로 계획을 짜면 실수할 가능성이 높다. 아주 좋은 시기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고 기회를 포착했을 땐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특히 로컬 시장에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특히 올해 하반기엔 대출이나 부동산 지분투자 등에서 좋은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이 필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이 많을 것이고, 건물의 지분율이 낮은 오너가 금리 높은 대출을 상환하기 위해 건물을 매물로 내놓을 수도 있다."
▶불확실성이 클 때 부동산에 투자하려면 포트폴리오 구성 측면에서 어떤 전략이 유효하다고 보는가.
"지역별 예를 들어보겠다. 미국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는 시장이다. 유럽은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고 인플레이션이 높은데 영국은 예외적으로 회복력이 높다. 호주, 일본도 탄탄한 편이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고통을 겪어오긴 했지만 오래 지속된 적은 없는 나라다. 디지털라이제이션 면에서 앞서가기 때문이다. 자산군별로는 주거용 부동산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레지덴셜, 시니어하우징 등은 계속 수요가 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헷지(위험회피) 측면에서도 탁월한 투자처다."
▶다른 투자운용사와 차별화되는 PGIM Real Estate의 강점은 무엇인가.
"모든 분야에 다 투자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강점이다. 대출, 지분, 공모, 사모, 부동산 등 모든 부문을 다 아우르고 있다. 장기 영구채도, 단기 기회투자형 채권에도 투자한다. 지난 50년 동안 호텔, 물류센터에도 투자해봤고 외부자금 운용 경력도 있다. 그 덕분에 장기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관투자자들도 많다. 1970년대부터 45년 이상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연기금도 여럿 된다."
▶PGIM Real Estate의 메자닌 투자금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안다. 메자닌 투자를 늘린 배경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수요가 더 증가할 것으로 보는지 궁금하다.
"현재 메자닌 투자금이 12억5000달러 가량이다. 투자기간이 짧은 편이라 회전이 빠른 게 장점이다. 지난 10년동안 주로 유럽에서만 메자닌 투자를 해왔는데 그 이유는 공급은 부족한 반면 수익이 높은 편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거의 안 했지만 앞으로 전통은행들의 자금이 부족해질 것이기 때문에 미국 메자닌 수요도 늘 것으로 본다. 우리 회사의 메자닌 투자금액도 올해 연말쯤엔 20억달러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변동성이 클 때도 부동산이 안전자산이라고 보는가.
"부동산이 절대적으로 안전자산이라고 하려면 레버리지가 없고 시간이 무한대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투자시기를 잘 잡아야 하고 정해진 매각 시기에 엑시트해야 하며 레버리지까지 필요하면 부동산은 당연히 변동성이 높은 자산군이다. 아무나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은 아니다. 우리처럼 역량과 노하우가 있어야 잘 할 수 있다. 부동산에 투자할 땐 적절한 시기를 위해 기다리고 인내해야 한다. 매력적인 자산에 리스크 관리를 잘 할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ESG투자가 글로벌 화두가 됐다. ESG투자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PGIM Real Estate의 ESG투자전략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탄소배출을 포함해 환경과 지속가능성 등 ESG 이슈는 더 이상 개별 전략이라고 볼 수 없다. 우리는 투자 심사 단계부터 모든 개별 투자 건에 ESG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우수 기술 회사에 투자할 수 있는 벤처 회사를 PGIM Real Estate의 자회사로 설립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공기 중에 있는 물을 추출해내는 기술, 탄소함량이 낮은 콘크리트 소재, 열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해 건물 관리의 지속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건자재 등 여러 스타트업에 관심이 많다."
▶한국 기관투자자들에게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미국 하이일드 채권, 유럽 및 아태지역에서의 밸류애드 투자전략을 권했는데 리스크가 큰데도 이를 추천한 이유는.
"핵심은 언제 투자를 시작할 것이냐다. 사이클의 저점을 포착해야 하는데 사실 예측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결국 가치가 지금은 하락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경기침체 이후엔 회복될 것으로 믿음이 가는 곳에 투자를 집행해야 한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엔 가치가 하락해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 말이다. 지금 시점에서 개인 투자자들에겐 공모 리츠 상품이 좋은 투자상품이 될 수 있다. 금리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조금 더 기다리면 대출 관련 투자 기회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본다. 에쿼티(지분) 투자는 이럴 때일수록 더 큰 리스크를 내포하기 때문에 대출, 채권 등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올해 PGIM Real Estate의 지역별, 자산군별 투자전략은.
"지역은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을 보고 있고 작은 시장으론 멕시코에도 관심이 있다. 자산군별로는 주거용 부동산과 시니어하우징, 데이터센터, 아시아의 뉴 그린 오피스 빌딩에 주력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글로벌 부동산 시장 전망과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을 해준다면.
"항상 신중하되 작년보단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사이클을 볼 때 회복기는 안정적 회복이 아니라 상당 기간 침체기였다가 급격하게 회복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시기를 잘 포착해야 한다. 자본이 충분하고 좋은 시기를 잡아낼 수 있다면 공격적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투자 실패는 아주 정확한 예측을 하려고 할 때 생긴다. 그럴 경우 딜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확신이 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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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 </http:></http:></http:></https:></http:></http:></htt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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