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올해 같은 미술 호황이 지속될까. 대다수 전문가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경기침체 여파로 ‘돈줄’이 말라붙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잠시 내리막길을 탈 수는 있지만, ‘한국 미술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큰 물줄기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내년에도 ‘블록버스터’ 전시들이 한국에서 잇따라 열리는 이유다.
봄이 오면 미국의 국민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도 온다. 내년 4월 20일부터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개막한다. 아시아 첫 개인전이다. 서울시립미술관이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3년 동안 공을 들였다. 사실주의 기법으로 현대인이 겪는 고독함을 표현하는 그의 그림은 전 세계에 단 366점만 남아 있다. 이 중 호퍼의 ‘자화상’을 포함해 150여 점이 한국을 찾는다.
아름다운 색채와 감각적인 드로잉으로 일상의 멋진 순간을 기록해온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비드 자맹(52)은 내년 2월 더현대서울 ALT1 갤러리에서 대규모 원화 전시를 연다. ‘프로방스에서 온 댄디보이’라는 제목으로 2년 전 전시에서 볼 수 없었던 100여 점의 신작이 포함됐다. 고흐, 모네, 드가 등 화가 오마주 작품 외에도 한국 전시를 위해 손흥민 김연아 김연경 박찬욱 윤여정 등을 주제로 20여 점의 작품을 새로 그렸다.
전통 표구의 대가이자 동산방화랑의 창립자였던 ‘동산 박주환(1929~2020) 컬렉션 특별전’(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5~10월)과 일상적 소재로 한국적 추상화를 완성한 ‘장욱진(1917~1990) 회고전’(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6~10월)도 주목할 만한 전시로 꼽힌다. 호암미술관은 재개관 후 첫 전시로 김환기 회고전(4월)을 준비했다. 김환기의 초기 작품부터 대표적 점화에 이르기까지 90여 점이 걸린다. 미공개 습작과 자료들도 충실히 모았다.
글로벌 아트페어의 관심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아시아다. 내년 9월 열리는 ‘프리즈서울’은 아시아의 아트페어 주도권을 놓고 싱가포르, 일본과 대결한다. 싱가포르에선 SG아트페어(1월)가, 일본에선 도쿄 겐다이 아트페어(6월)가 각각 올해 첫선을 보인다. 이들이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과 어떻게 시장을 나눠 가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인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4월 7일 열린다. 14회째를 맞은 올해 전시 주제는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다. 영국 런던 테이트모던의 수석큐레이터 이숙경이 예술감독을 맡았다. 분열된 세상에 예술이 물처럼 스며들어 타협과 화합의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걸 작품으로 보여주는 게 목표다. 세계 30개국 8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94일간 계속된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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