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분양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고층 특화 가구인 ‘펜트하우스’가 인기를 끌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경기 상황에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자산가를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서다. 이른바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는 초고가 주택 시장은 부동산 시장 한파를 비켜가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펜트하우스 포함 여부가 지역 랜드마크 잣대로 평가받는다. 연말 전국에서 대형 펜트하우스를 포함한 신규 단지 공급이 잇따르고 있다.
지방에서도 신고가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중동 마린시티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159㎡는 이달 32억5000만원으로 역대 최고가에 손바뀜했다. 대구에서는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전용 226㎡가 5월 41억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이 같은 인기는 분양 시장에서도 나타난다. 9월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에 공급된 주거형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동탄역 센트릭’은 400실 가운데 최상층에 배정된 펜트하우스 타입 4개 실이 가장 먼저 계약을 마쳤다. 4월 강남구 역삼동에 분양한 고급주택 ‘더 갤러리 832 시즌2’ 펜트하우스 타입은 분양가가 100억원을 웃돌았지만 모델하우스 개장과 동시에 주인을 찾았다.
전문가들은 대형 펜트하우스는 희소가치가 높아 수요가 꾸준하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예정 포함)은 총 26만700여 가구다. 이 중 전용 135㎡ 초과 대형 평형은 단 504가구로 전체의 0.19%에 불과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펜트하우스는 시장 상황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자산가들 사이에서 ‘에셋 파킹’(불안정한 자산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에 보관하는 것) 수단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수요 유입은 꾸준하지만 공급 자체가 적어 가치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용산구에는 서빙고동 일대 ‘아페르 파크’가 공급 중이다. 총 24가구 가운데 3가구가 최고급 테라스하우스(전용 176 ~265㎡)로 조성된다. 입주민 취향에 따라 홈 카페나 개인 정원, 미니 캠핑장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테라스 설계가 적용된다.
현대건설은 광주 광산구에 ‘라펜트힐’을 분양하고 있다. 지하 3층~지상 22층, 72가구 규모다. 모든 가구가 광주에서 보기 드문 대형 펜트하우스(전용 201~244㎡)로 구성됐다. 롯데건설이 강원 원주시에 짓는 ‘원주 롯데캐슬 시그니처’는 922가구(전용 84~202㎡)로 이뤄진다. 이 가운데 펜트하우스는 5가구(전용 148~202㎡)다.
한화건설은 제주 서귀포시 영여교육도시 인근에 ‘포레나 제주에듀시티’를 공급하고 있다. 아파트는 지하 1층~지상 5층, 총 503가구(전용 84~210㎡) 규모다. 이 가운데 펜트하우스는 11가구(전용 210㎡)다. 복층 구조와 개방형 발코니 등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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