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안전진단의 걸림돌이었던 ‘구조안전성’ 평가 비율(50%→30%)이 낮아지고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이 사실상 폐지되는 등 노후 아파트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문턱이 대폭 낮아진다. 입주한 지 30년이 넘었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한 전국 151만여 가구가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전망이다.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적정성 검토 필요)이나 ‘재건축 불가’(유지·보수) 판정을 받은 아파트 단지도 완화된 규정을 소급 적용해 평점을 다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도 재건축 추진 단지가 급격히 늘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 등 재건축 관련 ‘대못 규제’가 남아 있는 데다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어서다.
기존에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적정성 검토를 준비하던 곳도 완화된 기준으로 평점을 다시 받을 수 있다. 다만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등 과거 적정성 검토에서 최종 탈락한 곳은 재건축을 추진하려면 예비 안전진단 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가 곧바로 재건축 사업에 들어갈 수 있도록 총점 문턱도 낮췄다.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는 총점 구간을 줄이고, 곧바로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했다. 현행 안전진단에선 평가 항목별 점수를 합산해 총점 30점 이하(E등급)면 즉시 재건축, 30점 초과~55점 이하(D등급)는 조건부 재건축, 55점 초과(C등급)는 재건축 불가로 판정하고 있다. 국토부는 조건부 재건축 판정 구간을 45점 초과~55점 이하로 축소하고, 즉각 재건축 대상을 30점 이하에서 45점 이하로 넓히기로 했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인 구조안전성 비중은 30%로 낮아지는 대신 ‘주거 환경’(15%→30%), ‘건축 마감 및 설비 노후도’(25%→30%) 등의 배점이 높아진다. 구조적인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도 주차장 부족이나 녹물·층간소음 때문에 생활에 불편함이 크다면 재건축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국토부 모의 계산 결과, 평가 항목 가중치가 바뀌면 2018년 3월 이후 안전진단을 받은 전국 46개 단지 중 35곳(즉각 재건축 12곳, 조건부 23곳)이 재건축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
업계에선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도 당분간 주택 매수 심리가 호전되거나 재건축 추진 단지가 급격히 늘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안전진단 완화 소식에도 목동과 상계동 일대는 ‘거래 절벽’과 집값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 전용면적 51㎡는 지난 16일 이전 최고가(12억8000만원)보다 3억여원 낮은 9억4000만원에 팔리며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는 10억원이 무너졌다. 목동신시가지10단지 전용 105㎡ 역시 이달 7일 17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고가(20억7500만원)보다 3억원 넘게 하락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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