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태양광 산업…글로벌 주도권 경쟁 치열

입력 2022-12-26 16:57   수정 2022-12-26 16:58

“지구가 아프다”는 얘기가 나온 지도 한참 됐다. 인간들이 먹고, 이동하고, 소비하는 활동은 대부분 탄소를 수반한다. 지구온난화가 촉발한 기후 위기 심각성도 날로 고조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까지 겹치며 각국의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는 모양새다. 강대국들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감축법안(IRA)을 통과시키며 3690억달러(약 450조원)를 기후변화와 에너지 안보에 투자키로 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6월 에너지 전환 가속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정책 패키지 ‘리파워EU(REPowerEU)’를 발표했다. 유럽 내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강화하며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를 전체 에너지의 45%로 정했다.
“종국엔 태양광이 주력 에너지원 될 것”
그럼 에너지를 어떻게 바꿔야 할까에 대한 답변은 여러 개다. 수소를 직접 쓰는 방법도 있고, 수력이나 풍력도 있다. 다양한 재생에너지가 답변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글로벌 전문기관들은 태양광을 정답으로 꼽고 있다. 태양광 발전 도입 속도가 가장 빠른 데다 발전 원리와 구조도 간단하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무한히 지속할 수 있고 다른 화석 연료를 투입할 필요도 없다. △친환경성 △보급 용이성 △경제성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말로 요약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발전원 중에서도 부지 선정, 설치, 운영 및 관리가 쉽다. 최근엔 기술이 발전하고 국가별 정부의 대규모 지원이 진행되면서 기자재 가격과 설치 비용이 뚝 떨어졌다. 현재 태양광 에너지의 균등화발전원가(LCOE)는 석탄 및 가스 발전보다 낮다.

이에 따라 세계 태양광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에서 신규로 설치된 태양광 설비용량은 174GW로 1년 전보다 20% 늘었다. IEA는 이를 통해 1900억달러(약 260조원)가량의 사업 가치가 창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설치 용량은 1TW를 넘어선 것으로 예측된다. 연간 14억 명이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폴리실리콘, 중국이 80% 장악


태양광 발전의 원리와 구조는 간단하다. 빛이 전기 에너지로 변환되는 ‘광전효과’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태양광이 전지(태양광 셀)에 들어가면서 전자를 이동시켜 전기가 발생한다. 태양광을 모으는 역할을 하는 게 폴리실리콘이다.

태양광 산업의 가치사슬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시스템’으로 이어진다. 이 모든 공정을 수직계열화한 기업도 있고, 특정 부문에 집중하는 기업도 있다. 폴리실리콘 생산 및 공급을 업스트림이라고 부르며, 시스템을 적용해 실제로 발전하는 단계가 다운스트림이다. 중간 부분은 미드스트림이다.

폴리실리콘은 중국 회사들이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때 한국에서도 OCI 등이 주도한 영역이었으나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등에 밀렸다. 셀 부문은 한화솔루션과 현대에너지솔루션 등이, 모듈 부문에선 한화솔루션 현대에너지솔루션 신성E&C 등이 활약하고 있다. LG전자도 미국 주거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2위까지 기록할 만큼 프리미엄 시장에서 선전했으나 올해 2월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 기업들 미국 시장 적극 진출
미국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한화솔루션과 OCI가 뛰고 있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2020년 태양광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관리 시스템에 특화된 미국 스타트업 젤리에 대한 지분 투자를 시작으로 △랜시움(전력 관리 전문 미국 스타트업·1200억원 지분 투자) △REC실리콘(미국 폴리실리콘 생산기업·2450억원 지분 투자) △RES프랑스(프랑스 재생에너지 회사·9843억원 100% 인수) 등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를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선정했다”며 “태양광 발전 부문의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선도하기 위해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OCI 등 한국기업, 미국에 잇단 투자…차세대 셀 '페로브스카이트' 연구개발 총력


한화솔루션을 필두로 한 한국 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늘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한국은 위도가 높고 산지 지형이 많아 태양광 발전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기 쉽지 않다. 반면 미국은 사막 등의 광활한 공터가 많고 태양광의 질도 좋다. 여기에 미국의 IRA 등에 따라 태양광 투자 때 법인세 등을 감면받는데, 한화솔루션은 내년에만 2000억원 이상의 감세 효과를 보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에선 테스트베드를 늘리고 연구개발 등에 집중하면서 미국 시장을 적극 확대하고 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최근 3800억원을 투자해 국내에서 충북 진천 공장에 고효율 태양광 셀 생산을 위한 라인 투자를 하고, 미국에선 조지아 태양광 모듈 공장 증설을 결정했다. OCI 역시 텍사스, 뉴저지, 조지아 등에서 총 10개(700㎿ 규모) 태양광 발전소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캘리포니아, 뉴욕주 등에서도 사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OCI의 미국 자회사인 미션 솔라에너지(텍사스)는 4000만달러(약 570억원)를 투자해 1GW 규모로 기존 생산시설을 증설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미국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사인 우드맥킨지는 지난해 미국 주거용 모듈 시장에서 한화솔루션이 24.1%, 상업용 모듈 시장에서 20.6%로 모두 1위에 올랐다고 집계했다. 한화솔루션은 주거용 시장에서 4년 연속, 상업용 시장에선 3년 연속 1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2위 기업과의 시장점유율 차이는 10% 안팎에 달한다. 한화솔루션의 실적도 점차 개선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등 매출원가 상승으로 지속된 적자에서 탈출하고 올해 2분기 흑자 전환했으며, 3분기엔 197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런 성장에 그치지 않고 한화솔루션은 지난해 9월 텍사스에 186㎿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준공하고 운영 중이며, 11월엔 380㎿h 규모의 ESS 단지도 개발했다. 2020년 미국 에너지 소프트웨어사인 그로잉에너지랩스(GELI)를 인수한 뒤 태양광 발전소를 포함해 분산된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상발전소(VPP) 사업에 진출했다.

과제도 있다. 태양광 셀의 주력 기술인 폴리실리콘을 활용한 실리콘계 태양광 셀의 이론 한계 효율은 29%고, 상용화된 태양광 셀의 효율은 23~26% 수준이다. 40%에 달하는 석탄화력발전의 효율보다 낮다. 이 문제를 극복해야 태양광 시장은 자생력을 갖추게 된다. 다행히 해결점도 찾고 있다. 희귀한 물질이 아닌 페로브스카이트라는 광물성 소재가 폴리실리콘을 대체할 경우 이론적으로 한계 효율이 44% 수준으로 석탄발전보다 높아진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한국의 학계와 함께 페로브스카이트라는 차세대 셀을 이용한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적극 연구하고 있다”며 “2026년 양산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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