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1㎾h당 평균 가격은 12월 기준으로 151달러(약 19만3,000원)로 1년 전보다 약 10달러 정도 올랐다. 2010년 이후 가격이 오른 건 올해가 처음이다. 물론 원인은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서다. 배터리 찾는 기업이 많다 보니 소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그럼 내년은 내려갈까? 블룸버그 전망에 따르면 오히려 152달러로 소폭 오른다. 여기서 핵심은 최대한 떨어져야 할 배터리 가격이 오히려 1달러 오른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수익성 관점에서 제시되는 ㎾h당 100달러의 적정 원가보다 무려 50달러 비싼 가격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완성차 제조사에게 엄청난 부담이다.
여기서 자동차회사가 주목하는 것은 50달러의 충당 방안이다. 우선 생각하는 것은 배터리 기업에게 공급가를 낮추라는 압박(?)이다. 하지만 배터리 시장은 완성차기업이 아니라 배터리 공급사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공급을 거절하면 자동차기업이 납품을 읍소(?)해야 한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값싼 소재로 만든 배터리의 사용이다. 흔히 말하는 리튬인산철(LFP) 소재 배터리를 공급받는 방안이다. 이 경우 에너지밀도가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아질 수 있지만 최근 LFP 제조사들이 모듈을 없애고 셀을 더 넣어 전력 비축 능력을 확대한 점이 유혹으로 다가온다. 100원짜리 배터리로 1㎞를 간다고 했을 때 LFP를 사용하면 60원으로 1㎞를 갈 수 있어서다. 세 번째는 전기차 가격의 인상이다. 하지만 이 경우 소비자가 받는 충격은 단순한 가격 인상폭에 머물지 않는다. 보조금이 줄어드는 탓이다. 이때 기댈 곳은 가격 부담을 상쇄할 만큼 전기차에 대한 정부의 다른 혜택이다. 전용차로, 주차, 통행료, 세금 등의 혜택을 늘릴 때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것을 선택해도 반대 급부는 분명하다. LFP 배터리를 사용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지만 무게 탓에 효율이 떨어지고 중국산 배터리를 바라보는 소비자들의 '넌 프리미엄(Non Premium)' 이미지도 불식시켜야 한다. 게다가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 물량에는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고 차 가격을 높이면 전기차 시장에서 일부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는데 국내에 수입되는 해외산 일부 전기차에 LFP 배터리가 탑재돼 가격을 앞세우고 있어서다. 한 마디로 전기차 시장도 조금씩 보조금 우산을 벗어나 ‘가격 vs 브랜드’ 경쟁이 시작된 셈이다.
이런 흐름에 국내 제조사도 고민은 마찬가지다. 그 결과 브랜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용(Commercail) 부문은 오로지 가격에 초점을 맞추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승용 중에서도 소형차 또는 경차의 전동화는 LFP 배터리 사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쌍용차가 BYD와 손잡은 것도 중국에서 소재를 공급받는 LFP 배터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국내 기업이 공급하는 MCN 계열로는 가격 경쟁력 확보 자체가 도저히 불가능한 탓이다. 만약 국내 MCN 계열 배터리를 사용하면 옵션을 대폭 축소해야 되고 이때는 상품성이 저하돼 소비자로부터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전기차 제조사에게 지금의 배터리 가격은 진퇴양난이 아닐 수 없다. 가격을 낮추려면 LFP를 써야 하는데 위험 요소는 중국 의존도 확대다. 반면 비싼 배터리를 사용하면 가격 반영이 뒤따르고 경쟁력은 저하된다. 이때는 팔리지 않아도 손해다.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는 중이다. 그렇다고 ㎾h당 50달러의 손해를 떠안을 수도 없다. 60㎾h를 기준하면 손해 금액만 3,000달러 이상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는데 내연기관에서 충분히 수익을 얻는다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내연기관 시장도 서서히 줄어드는 점이 걸림돌이다. 그래서 눈을 돌린 부문이 프리미엄 내연기관 승용 제품이다. 중대형 고급차 판매로 얻은 수익을 전기차 가격에 반영해 인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인데 프리미엄 내연기관차도 시장 규모가 궁극에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래저래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제조사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중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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