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한 라디오방송에 나와 “내년 1월에 국토교통부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을 추가로 완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주 내놓은 ‘2023 경제정책 방향’에서도 연초 규제 지역 추가 해제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현재 규제 지역에 포함된 곳은 서울과 경기 과천, 광명, 성남(수정·분당구), 하남 등 5곳이다. 규제 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취득세 등 세금도 대폭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 6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들 5개 지역을 뺀 전국 모든 지역을 부동산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다. 서울과 과천 등은 주변 지역에 미치는 파급효과와 개발 및 주택 수요 등을 고려할 때 규제를 유지하는 게 맞다는 게 당시 국토부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면서 두 달 만에 규제 지역 추가 해제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풀이된다.
부동산업계에선 지난 수년간 ‘영끌족’의 집중 매수로 집값이 무섭게 올랐다가 올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의 규제 해제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노원구와 도봉구 아파트값은 올 들어 19일까지 각각 10.94%, 10.72% 내려 서울에서 집값 하락률 1,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성북구(-9.31%), 강북구(-8.74%), 은평구(-8.65%) 등 순이었다. 노원구에선 상계·공릉동, 도봉구에선 방학·창동, 강북구에선 미아·번동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서울은 규제 지역 해제의 핵심 지표인 청약 경쟁률도 내림세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2021년 164.1 대 1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 평균 청약 경쟁률은 올해 10.1 대 1로 급락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한강에 인접하지 않은 지역부터 규제가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 25개 자치구 중 외곽에 해당하는 강북·도봉·성북구와 은평·서대문구, 금천·구로구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다만 김효선 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규제 지역을 추가 해제해도 실물경제 위축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얼어붙은 주택시장 분위기가 되살아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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