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름·목소리도 재산…상속까지 가능

입력 2022-12-26 18:10   수정 2023-01-03 16:42

자신의 얼굴 이름 목소리 등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법으로 보장될 전망이다. 법무부는 26일 인격표지영리권을 명문화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얼굴 이름 목소리 등 모든 사람의 인격표지에 재산적 가치를 부여하고 이를 권리로써 보호하는 내용이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사람들의 얼굴과 이름이 중요하게 쓰이는 마케팅·대중문화 시장에 큰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인격표지가 무단으로 사용될 경우 받을 수 있는 손해배상 소송 배상액도 커질 전망이다.
침해 제거·예방 청구권 규정
인격표지영리권은 그동안 판례와 학설에서 ‘퍼블리시티권’이라고 통칭해온 권리로, 이번 개정안에서 우리말로 대체됐다. 자신의 초상에 대해 갖는 배타적 권리인 ‘초상권’과 비슷하지만 ‘재산권’으로서의 권리를 더 강조한다. 국내 법원은 1995년 ‘이휘소 사건’에서 이 권리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시 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유족은 이 권리를 내세워 김진명 작가의 소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출판금지를 청구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주로 연예인, 운동선수 등 유명인들이 “퍼블리시티권을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2012년 가수 유이 씨와 배우 민효린 씨는 한 성형외과가 자신들의 사진과 예명을 동의 없이 사용해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했다고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두 연예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이를 깨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대법원은 허락 없이 방탄소년단(BTS)의 초상 등을 무단으로 사용해 화보집을 판매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돼 상당수 분쟁을 예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정안은 인격표지권이 침해되면 제거를 청구하고 필요하다면 예방까지 청구할 수 있는 ‘침해제거·예방 청구권’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의 인격표지영리권은 유명 연예인뿐만 아니라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를 포함한 일반인이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하는 권리이기도 하다. 영리적으로 활용하고 싶은 사람이 인격표지 계약을 맺는 경우도 늘어날 전망이다.
“손해배상액 늘어날 것”
개정안이 통과되면 손해배상액도 증가할 전망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손해배상은 흔히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로 나뉘는데, (인격표지영리권이 신설되면) 정신적 손해로 인한 위자료를 넘어 재산적 손해로 평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정안은 다른 사람의 인격표지를 이용해 ‘정당한 이익’을 내는 사람은 당사자 허락 없이도 영리적 이용이 가능하다고 규정한다. 언론 취재 과정에서 시민 인터뷰가 방송되거나 스포츠 경기 생중계에서 일반 관중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는 등 정당한 활동 과정에서 인격표지가 불가피하게 활용되는 것은 허용한다는 의미다.

또한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인격표지영리권을 상속할 수 있도록 했다. 상속 후 존속기간은 30년으로 설정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어떤 사람의 명성이나 유명한 정도가 희박해지고 영리적 권리가 소멸하는 데 통상적으로 충분한 시간임을 감안한 것”이라고 했다. 개정안은 또 인격표지가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활용이 본인의 신념에 반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이용 허락을 철회할 수 있도록 했다.

인격표지영리권

사람이 초상, 성명, 음성 등 자신을 특징짓는 요소(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뜻한다. 흔히 ‘퍼블리시티권’이라 불린다. 창작물이 아니라 사람의 인격표지 자체에 가치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저작권과 다르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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