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중에서도 문학동네에서 출간되는 윤흥길 작가의 소설 <문신>은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집필에서 출간까지 20년이 걸린 이 작품은 내년 봄 4권과 5권이 함께 나오면 완간된다. 제국주의 시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비극을 마주한 어느 가족의 엇갈린 삶과 신념을 그렸다. 완결 전에 박경리문학상을 받는 이변을 낳았다.
올해 영국 대거상 번역문학 부문을 수상한 소설가 윤고은은 6월께 은행나무를 통해 신작 장편소설 <불타는 작품>(가제)을 선보인다. 은행나무 측은 “말하는 개 ‘로버트’와 그가 세운 로버트 재단의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한국인 예술가 ‘안이지’가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부조리와 비합리가 예술과 교묘하게 맞물리는 순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한 소설가 강화길의 장편소설 <치유의 빛>(가제), 이효석문학상 등을 받은 소설가 이서수의 소설집 <미조의 시대>(가제)도 기대작이다.
신작 시집도 눈여겨볼 만하다. 첫 시집으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뒤 유튜브로 독자와 가까이 소통하고 있는 시인 문보영을 비롯해 김광규 백은선 오은 이병률 시인 등의 신작 시집이 나온다. 한국문학번역원장을 맡고 있는 곽효환 시인의 새 시집은 내년 3월께 만날 수 있다.
해외 문학에서는 살만 루슈디의 장편소설 <키호테> 등이 독자를 찾아온다. 내년은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 탄생 90주년이기도 하다. 문학동네에서는 필립 로스가 1960년부터 2014년까지 평생에 걸쳐 써 내려온 문학론과 서평, 대담 등을 엮은 <왜 쓰는가?>와 장편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를 출간할 계획이다.
올해 서점가에서는 이민진 <파친코>, 미셸 자우너 , 김주혜 <작은 땅의 야수들> 등 재미 한인 작가의 작품이 주목받았다. 마음산책에서 출간 예정인 한국계 미국인 헬레나 로의 <아메리칸 서울>에도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여정이 담겼다. 미국에서 소아과 의사로 성공한 저자가 또 다른 꿈인 글쓰기를 좇으며 털어놓는 자전적 에세이다.
다만 출간 일정은 유동적이다. 책을 찍기 직전까지 퇴고를 반복하는 작가들의 뚝심과 이슈에 따라 변하는 편집 일정 때문이다. 예컨대 당초 올해 출간 예정이었던 소설가 김애란의 신작은 아직까지 출간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
경제·정치의 위기론이 심심치 않게 들려와서일까. 세상의 작동을 이해하기 위한 석학들의 저서가 줄지어 나온다. 김영사에서는 <대전환>을 쓴 경제사학자이자 환경학자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정말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민음사에서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리더십>이 출간될 예정이다. 스밀의 책은 에너지, 식량, 자재, 세계화, 위기, 환경, 미래 등 현대 세계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는 데 가장 핵심적인 일곱 가지 주제를 탐구한다. 키신저는 샤를르 드골 전 프랑스 대통령, 콘라트 아데나워 서독 초대 총리,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리콴유 싱가포르 초대 총리 등 세계 지도자를 만난 일화와 이들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썼다.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주류학 개론>(김영사), 박해영 작가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 대본집>(다산북스) 등도 내년 출간작 중 눈에 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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