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7일 08:5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917조원(8월말 기준)의 자금 운용을 총괄하는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기금이사)에 서원주 전 공무원연금 CIO(사진)가 최종 선임됐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임원추천위원회는 서원주 전 CIO 등 복수의 후보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 이후 김태현 국민연금 공단 이사장이 법무부의 인사검증을 거친 후 서 전CIO를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신임 기금운용본부장으로 임명 제청해 최종 선임됐다. 서 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며 추후 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서 신임 본부장은 1966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12월 삼성생명보험에 입사해 미국 뉴욕법인 차장, 싱가포르법인 수석, 변액계정운용 부서장, PCA생명(현 미래에셋생명) CIO 등을 맡았다. 2019년 5월에 공무원연금공단 CIO로 임명돼 올해 5월 임기를 마쳤다. 재임기간 공무원연금의 수익률은 △2019년 9.56% △2020년 11.41% △2021년 9.70%였다.
그는 취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공적 연기금에서 성과를 냈고 뉴욕 싱가포르 런던 등 해외에서 자산운용조직을 이끈 점이 기금이사 선임 배경이었다고 생각한다"라며 "기금이 지속적으로 해왔던 수탁자책임투자활동과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주권 행사, 주주가치 제고 및 ESG스튜어드십 코드에도 진지한 고민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앞서 공모에는 서 전 CIO 외에 박천석 새마을금고 최고투자책임자(CIO)·양영식 스틱얼터너티브운용 대표·박대양 전 한국투자공사(KIC) 최고투자책임자(CIO)·이창훈 전 공무원연금 최고투자책임자(CIO)·염재현 코레이트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 등 6인이 면접에 참여했다.
서 본부장은 저조한 국민연금의 수익률과 인력 이탈이 끊이지 않고 있는 기금운용본부의 사기를 끌어올려야하는 과제를 안고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국민연금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7.0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 8월 수익률(-4.74%)과 비교하면 2.32% 포인트 악화됐다. 금액 기준으로는 68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연간 수익률은 2018년에 이어 4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서 본부장은 국민연금과 함께 4대 연금으로 불리는 공무원연금 CIO 출신으로 다른 후보들보다 안정감 있게 조직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풍부한 해외 투자 경험도 가점을 받았다. 그는 삼성생명에서 1999~2001년 싱가포르투자법인 법인장, 2004~2009년 뉴욕투자법인 해외투자파트 선임 운용역 등 도합 9년간 해외 주재원을 경험했다. 같은 시기 운용업계에 발을 들인 운용역 중에서도 흔치 않은 해외 투자 경력이다.
그는 주식을 베이스로 성장한 운용역이다. 삼성생명 증권분석팀에서 업무를 시작했고 해외투자팀 과장을 거치며 주식에 대한 이해도를 키웠다. 때문에 그는 거시경제 흐름 파악을 중시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공무원연금 CIO로 재직 당시 매일 아침 1시간씩 매크로 분석 회의를 주재했다고 한다. 서 본부장을 가까이서 봤던 한 공무원연금 관계자는 "해외 투자에 전문성이 있고 시황을 중시하는 스타일"이라며 "직원들과도 잘 소통하는 CIO"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공무원연금 직원은 "철두철미한 관리형 CIO로, 투자환경 변화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과 계량적, 논리적 근거에 바탕한 의사결정 방식을 중요시한다"며 "안정을 중시하면서도 투자기회라는 판단이 서면 과감하게 실행하는 추진력으로 성과를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이어 "직접 투자에서는 소신을 중시하며 간접투자의 경우 운용사의 책임 있는 운용에 위임하되 실적에 대한 책임을 중시한다"고 덧붙였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