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달걀, 버터, 밀가루 등 제빵 재료 가격이 뛰면서 '베이킹 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심화한 인플레이션으로 식료품·외식비 등 먹거리 비용이 급등하면서 미국 서민과 중산층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케이크를 굽는 것은 올해 상당히 비싼 일이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했다. 지난 6월에는 1년 전보다 9.1% 올라 1981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11월엔 7.1%로 상승률이 둔화했으나 여전히 높은 물가는 유지되고 있다.
특히 식료품·외식비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미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가장 많이 오른 품목 12개 중 상당수를 달걀, 버터, 밀가루 등 제빵 재료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달걀과 마가린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50% 뛰었고, 밀가루와 제빵용 믹스는 24.9% 올랐다. 이러한 여파로 전체 식료품 가격은 1년 전보다 12% 상승했다. 이는 2차 오일쇼크가 전 세계를 강타한 1979년 8월(13.5%)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식당 물가가 1년 전보다 9% 이상 급등하는 등 외식비도 급증했다. 팬데믹 이전 지난 20년 동안 연간 상승률은 2.7%였다. 학교 급식도 타격이 불가피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에 무료 점심 급식을 제공하던 학교들이 비용을 청구하기 시작하면서 학교 급식 가격이 세 배로 치솟았다.
식료품과 외식은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항목이다. 소득이 낮을수록 전체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 미국 서민들의 삶에 악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식료품이 올해 소비자들의 지갑에 큰 구멍을 뚫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항공료는 1년 전보다 36% 뛰어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던 1980년 9·10월(40%) 수준에 육박했다. 휘발유 가격은 10%, 수리비는 15%, 타이어는 10%, 차 보험료는 13% 급등하는 등 자동차 유지비도 크게 늘었다. 의류 수선 및 대여·신발 수선 비용은 14.1%, 이발 비용은 6.8% 뛰었다.
WSJ는 "팬데믹 이후 소비 지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불안과 겹쳤다"며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 식품, 원자재 가격을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 수요가 공급을 앞지르면서 임금 인상을 촉발한 것도 인플레이션의 또 다른 원인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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