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잡앤조이=이진호 기자]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이상운, 이하 섬산련)가 섬유패션산업현장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할 기술인력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노동집약산업으로 구분되는 섬유패션업계에서는 AI 기술이 발달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지만 오히려 사람의 역할을 크게 할 수 있는 AI 융합인재가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일고 있다.
섬산련은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 ‘섬유패션산업 AI융합형 산업현장 기술인재 양성’ 사업에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섬산련은 2021년도부터 2025년까지 데이터 구축 및 분석 역량과 AI 알고리즘 이해를 바탕으로 AI를 활용한 신규 비즈니스모델 기획 및 개발을 할 수 있는 1,180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섬산련은 한국표준협회, 경기섬유산업연합회,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섬유개발연구원, ECO융합섬유연구원과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섬산련은 올해 ‘섬유패션산업 AI융합형 산업현장 기술인재 양성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돼 264명의 교육생을 배출했다. 섬산련은 동 사업을 통해 섬유패션산업의 AI 기술 도입에 필요한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기획·제조·유통·판매 전 분야의 수요를 기반으로 ‘패션코디 추천 서비스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 분석’ ‘염색공정 데이터를 활용한 AI학습 알고리즘 설계’ 등의 교육과정을 개설해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재양성이 섬유패션산업 스트림 전반을 아우를 수 있도록 교육 범주를 넓혀 나갔다.
교육생들은 그동안 엑셀 도표로만 관리했던 판매 데이터, 구체적이지 못했던 고객 행동 분석 등의 문제가 AI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객관화되고 내부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공통적인 의견을 밝혔다.
또한 섬유제조 분야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품질관리 및 제조 공정의 자동화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평가를 했다. 무엇보다 AI 기술자의 지식 중심 교육이 아닌 섬유패션 산업의 니즈에 맞춘 교육과정이나 다른 기업과의 교류를 통한 협업 프로젝트로 산업의 이해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패션제품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예측 교육과정’을 수료한 영도벨벳 전략팀 이유순 이사, 슈마커 IT 전략팀 김준호 팀장, 오동근 과장, 종달랩 기술연구소 강지웅 팀장을 서면으로 만났다.
영도벨벳 전략팀 이유순 이사
“자동화 지향 패러다임 변화에 AI는 필수”
-교육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영도벨벳에서 데이터 축적 및 시계열 축적, 의사결정 분석 및 기획과 전략 수립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언제까지 엑셀로 데이터를 관리해야 할까’ ‘좀 더 효율적인 데이터 관리, 의사결정 모델이 있을 텐데’라는 생각에 ‘패션제품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예측’ 과정을 수강했다. 기존에도 기업 내 제품 판매 및 재료 구매 데이터는 관리해 오고 있고 빅데이터로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다. 다만 업무 효율화 및 다른 부서 간 협력 및 의사결정에 있어 숫자만을 활용한 엑셀보다는 직관적인 파워 BI를 활용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 의사결정에 매우 효율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향후 예측에 관한 기술 프로그램이 접목된다면 시계열 빅데이터가 미래예측시스템으로 쉽게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교육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본사 역시 바이어를 설득해야 하는 영업부에서 파워 BI의 활용 가치가 높다. 특히 염색부의 경우 염색관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꼭 파워 BI를 사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제직파트에서는 파워 BI를 사용하게 되면 직기 100대를 주간 8시간, 야간 8시간에 100% 가동했을 때의 바이어별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에 유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섬유패션산업이 제조 지향에서 자동화 지향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AI 기술은 우리 업무 시스템의 자동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패션산업은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부분만 제외하고 자동화가 필요하다. 섬유 부문 역시 아직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염색 관리 부문에 있어서는 AI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
-교육에 대한 소감 한마디
“개인적으로 주말을 포함한 교육 일정으로 운영돼 회사 업무에 큰 무리 없이 교육받을 수 있었고, 다른 교육생들과의 교류도 많은 도움이 됐다.”
슈마커 IT전략팀 김준호 팀장, 오동근 과장
“금보다 가치 있는 고객 데이터”
-교육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김준호 팀장 : 패션 브랜드들은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회원가입을 통해 멤버십 관리를 하고 있다. ‘고객의 데이터는 쌓여가는 데 우리가 이를 활용하고 있을까’라는 의문에 섬유산업연합회 AI 융합형 인재양성 교육과정을 신청하게 됐고, 지난 기초 과정에 이어 고급 과정까지도 수강했다.
-교육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김준호 팀장 : 본사의 기존 고객 관리는 마일리지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에 그쳤다. 아마 대부분의 브랜드가 그럴 것이다. 하지만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예측 교육을 받으면서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게 됐고, 이를 통해 고객의 재구매 시기를 앞당기는 전략, 구매단가를 높일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근간을 세울 수 있었다.
오동근 IT전략팀 과장 : 기초 과정에서는 파워 BI를 활용해 매출 데이터를 시각화하는 것을 배웠다. 상품부서에서 이 툴을 활용해 매주 판매 보고하고 있다. 고급 과정을 배우면서는 우리가 직접 고객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1차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개발했고 현재 고도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외부에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전문 기업들도 있지만 본사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고 구체적이지 못한 대략적인 데이터밖에 없다. 오히려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자는 생각에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소감 한마디
김준호 팀장 : 우리는 IT 기술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있어 이번 교육 과정이 과외를 받는 것처럼 유용했다. 데이터 관리가 디자인, 기획, 영업 모든 부서에서 유익한 내용이기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해당 교육과정이 운영되길 바란다.
종달랩 기술연구소 강지웅 팀장
“이 업종과 합종연횡으로 시너지 업”
-교육을 수강하게 된 계기는
“자동차, 컴퓨터, 알고리즘 수식 분야에서 근무하다 4년 전 ‘종달랩’으로 이직해 기술연구소 팀장을 맡고 있다.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높았으나 섬유패션 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어 오히려 시장을 이해해야 하는 선행과제가 발생했다. 백화점에서 패션 브랜드도 접해보고 동대문 종합시장에 새벽에 나가서 시장을 둘러봐도 ‘데이터’라는 정보를 얻을 순 없었다.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이들이 어떤 데이터를 취득하고, 그 데이터로부터 어떤 값을 도출하고 싶은지 사용자 관점의 ‘데이터’ 활용 가치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AI 융합형 인재양성사업 교육을 알게 됐고 지난해 ‘빅데이터 교육’, 올해 ‘패션제품 판매 데이터를 활용한 판매예측 고급 과정’과 ‘패션코디 추천 서비스를 위한 이미지 데이터’ 교육을 받았다. 나름 장기 교육생이다.”
-교육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조별 과제를 통해 결과물을 제작해야 하는 수업이 있는데 패션 기업 MD와 교류하면서 실질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다. 각각의 강점으로 결과물을 만들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높아졌다. 또한 패션 브랜드의 데이터 취득, 도출 값에 대한 방식을 원부자재 종합 플랫폼인 ‘종달랩’에도 적용해 고객의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종달랩’은 동대문 종합 시장의 원부자재를 발이 아닌 손을 통해 찾을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6시간 이상 걸리지 않아도 더 쉽게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했으며, 특히 ‘부자마켓’ 서비스는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로 제품 검색이 가능하다. 이때 AI 기술을 활용해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jinho23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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