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 가입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빌라왕', '건축왕' 등 전세 사기 피해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속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27일 HUG 등에 따르면 이달 1~26일 HUG에서 보증보험을 새로 발급한 세대는 1만8046세대로, 올 한해 23만2812세대가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아직 내년까진 5일가량 남아있지만, 벌써 지난해 전체 발급된 세대 수(23만2150세대)를 웃돌아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보험 발급 금액도 54조228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51조5508억원)를 뛰어넘었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에 전세 보증보험에 가입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들어 갭투기를 이용한 조직적인 전세사기가 잇따라 일어나는 데다가 전셋값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는 역전세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13년 9월 출시된 HUG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가입자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5년 3941세대에 불과한 가입자는 2016년 2만4460세대, 2017년 4만3918세대, 2018년 8만9351세대로 차츰 늘어나 2019년 15만6095세대, 2020년 17만9374가구, 지난해 23만2150가구로 불과 6년 만에 60배 가까이 불어났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은 세입자가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가입하는 보증상품이다.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 보증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가입자(세입자)에게 지급(대위변제)하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내는 것이다.
보증보험 가입자가 증가하는 만큼 보증사고와 대위변제액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까지 HUG의 누적 대위변제액은 769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5040억원)를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향후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 문제가 심화하면서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는 일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전세 계약 시에는 보증보험 가입 등으로 안전대책을 마련해두고, 혹은 전세 계약 대신 보증금 리스크가 낮은 월세를 고려해보라고 조언한다.
이현주 한경닷컴 기자 wondering_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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