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헌 다케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사장(사진)은 27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해 5월 한국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해외 지사장에 취임했다. 취임과 함께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법인 통합 작업을 했다. 다케다가 100여 명에 이르는 인력 관리를 연고 없는 외국인에게 맡긴 것이다.
김 사장 임명엔 다케다의 조직 문화가 녹아 있다. 일본 제약사인 다케다 본사는 프랑스인 크리스토프 웨버 최고경영자(CEO)가 이끌고 있다. 다케다는 200년 넘게 국경을 넘는 인수합병(M&A)으로 성장하면서 ‘포용’과 ‘존중’을 체득했다. 직원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살리는 ‘직원 경험’을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세계 80여 개국 직원이 다른 국가 근무를 지원하면 직속 상사가 멘토 역할을 하면서 목표를 세우고 피드백해준다. 꿈을 가진 직원에게 ‘지금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강조하는 대다수 기업과는 다르다.
한국에서 항암제사업부를 이끌던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싱가포르에서 혈우병 치료제 국가 입찰 사업을 따냈다. ‘외부인 텃세’가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성과다. 뎅기열 백신, 폐암 치료제 안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전성혈관부종 치료제,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항암제, 희귀·신경계·위장관 치료제, 혈장제제, 백신 등 여섯 가지 특수질환의약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초점은 아시아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에서 매출 수천억원대 블록버스터를 선보인 뒤 특허 만료에 맞춰 후속 신약을 출시하는 글로벌 제약사와는 다른 전략이다. 김 사장은 “항암제도 아시아인에게 많은 변이에 맞춰 개발한다”며 “다케다가 아니면 누구도 하지 못하는 분야에서 소외된 희귀질환 치료에 집중한다”고 했다.
다케다는 모기 매개 질환, 노로바이러스 해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김 사장은 “말레이시아·싱가포르에서 2025년까지 7~8개 신제품을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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