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들의 ‘실탄’은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투자로 이어질 전망이다. 의약품 개발 트렌드가 화학의약품에서 바이오의약품으로 전환되면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은 외부 협업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단순히 파이프라인을 보유하는 것보다 그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플랫폼과 원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딜로이트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매출 상위 20개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파이프라인 비중은 2016년 62%에서 2020년 32%로 감소했다. 파이프라인 10개 중 7개는 M&A, 공동개발 등을 통해 확보했다. 최근 암젠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와 맺은 1조원대 기술이전 계약으로 항체약물접합체(ADC) 포트폴리오를 새로 확보하기도 했다. 대형 제약사들은 기술이전 계약으로 상대 기업의 물질, 연구개발(R&D) 역량을 파악한 뒤 M&A에 나서기도 한다.
삼성, LG, SK 등 국내 대기업도 M&A에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신약을 갖고 있는 아베오파마슈티컬스를 인수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생산기지 확보를 위해 현지 위탁생산(CMO) 기업을 인수하거나 공장을 짓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물산과 공동 조성한 라이프사이언스 펀드 리스트에 올라온 기업들을 최근 집중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BBC(반도체, 배터리, 바이오)에 약 250조원을 투자하기로 한 SK도 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SK는 프랑스 세포유전자치료제 위탁개발생산(CDMO) 업체 이포스케시를 인수했고, 미국 CBM의 2대 주주로도 올라 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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