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대응 시스템도 전과 다르다. 이전 두 차례 위기 때는 국제 공조가 가능했다. 그나마 여력들이 있던 때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확연히 달라졌다. 미국은 ‘인플레 수출’ 비난에도 금리 가속 페달을 멈추지 않았고,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든 영국 국채시장 사태 때도 ‘오불관언’이었다. 필요할 때는 가치동맹, 전략적 동반자이지만 힘들 때는 각자도생인 새 판을 각오해야 한다.
한국은 그야말로 대양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 신세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금융불안지수(FSI)가 위기 단계로 진입한 지 오래다. 여러 리스크 중 핵심 뇌관은 부동산이다. 가계 대출의 67%, 가계 자산의 74%가 부동산 관련이다. 부동산 시장 위기가 곧바로 경제위기로 전이될 수 있는 구조다. 올해 부동산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한 거래절벽이다. 아파트 매매 가격은 1998년 후 가장 크게 떨어졌다.
이런 때 낙하산 인사라니 뜬금없고 가당찮다. 국책·시중 금융기관장에 정권과 가까운 ‘올드 보이’들이 내정됐거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개중엔 현직을 떠난 지 오래된 70세 이상 고령자도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이 부적격자라는 얘기는 아니다. 교체할 필요성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위기 상황에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더구나 오랜 관치금융에 한국의 금융서비스 국제 경쟁력은 전 세계 63개국 중 47위로 ‘과락’ 수준이다. 이제 바꿔볼 때도 됐다. 시장 주도로 위기를 극복하게 하고 그 경험으로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선순환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언제까지 낙하산 논란과 노조 반대, 그리고 적당한 타협이라는 시대착오적 쇼를 봐야 하나. 더구나 새 정부는 시장 자율, 민간 주도 성장을 모토로 내걸지 않았나. 낡은 과거와의 과감한 단절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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