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은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망률이 높은 암으로 대장절제술 이후 암이 재발하거나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예후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대변에 존재하는 장내 미생물을 이용해 대장암의 예후를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이는 향후 대장암 맞춤 치료 및 재발 방지의 가능성을 높여줄 것으로 보인다.
27일 서울대병원 박지원·연세대 김지현 교수(허지원 박사) 공동연구팀은 대장암으로 원발성 종양절제술을 받은 333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과 생물정보학 기술 기반 광범위 스크리닝을 활용해 대장암과 장내 미생물 사이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를 미생물학 연구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2021년 JCR IF = 16.837)’에 온라인 게재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대장암 환자의 장내 미생물에서 대장암의 수술 후 예후를 예측할 수 있는 균주들을 탐색하기 위해 333명 대장암 환자의 수술 전 2주 이내의 대변 샘플을 수집해 차세대 유전자 시퀀싱을 했다. 이후 수술 후의 대장암 진행 및 감소 여부를 약 3년가량 추적 관찰했다. 인간의 장내 미생물의 대표적 두 가지 표현형은 크게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 형’과 ‘프리보텔라(Prevotella)형’이다. 연구 결과, 대표적 장내 미생물인 프리보텔라의 양이 많을수록 대장암 예후가 좋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프리보텔라의 양이 많은 그룹은 양이 적은 그룹에 비해 무진행 생존율(PFS)이 유의하게 높았다(p=0.026). 특히 프리보텔라는 주로 채식하는 동양권에서 많이 발견되는 미생물로, 연구 결과는 채식과 대장암 예후의 긍정적인 연관성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반면 대표적인 병원성 미생물인 푸조박테리움(Fusobacterium nucleatum)과 3개의 새로운 미생물(△Alistipes sp. △Dialister invisus △Pyramidobacter piscolens)이 존재하는 경우 대장암 예후가 나빠짐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5종의 예후 바이오마커 미생물들을 조합해 새로운 장내 미생물 예후 바이오마커를 개발했다. 이 바이오마커는 기존에 활용되는 여러 임상 지표들과 비교했을 때 더 우수한 예측력을 보였다. 특히 가장 대표적인 대장암 예후 인자인 암 병기에 장내 미생물 바이오마커를 추가했을 때, 예후 예측력이 뚜렷하게 향상되는 것이 확인됐다.
추가로 연구팀은 참조 미생물 유전체에 기반한 장내 미생물 대사 체계를 추론하는 분석도 함께 진행했다. 분석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한 비타민 B1(Thiamine) 생성이 대장암 예후를 개선할 수 있으며 장내 세포사멸 면역세포(CD8+ T세포)의 숫자와 높은 양의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했다.
박지원 교수(서울대병원 대장항문외과)는 “여러 질환에서 장내 미생물의 중요성이 밝혀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이 대장암의 예후 예측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 결과는 향후 장내 미생물을 활용한 대장암 맞춤 치료의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지현 교수(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는 “대장암 예후에 활용될 수 있는 장내 미생물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미생물을 이용한 대장암 예후 개선과 재발 방지의 가능성이 열렸다. 이번 연구 후속으로 식이와 장내 미생물 대사가 대장암 예후에 미치는 영향과 이들의 관계를 규명하는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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