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점을 보여온 분야다. 그러나 우리 군의 대북 태세를 보면 미덥지 못하다. 그제 대통령실 상공까지 날아온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북 무인기가 2014년과 2017년 청와대와 사드 기지 등을 촬영한 이후 첨단 레이더와 신형 대공화기를 도입했으나 눈 뜨고 당했다. 경계 태세인 ‘진돗개’는 무인기가 북한으로 돌아간 뒤 발령되는 등 총체적 부실을 드러냈다. 어제는 새떼를 무인기로 오인해 대응 출격하는 등 이틀째 우왕좌왕했다. 결국 군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레이저 등 무인기 타격자산 조속 도입 계획을 밝혔지만, 뒷북 대응일 뿐이다.
현 정부 들어 군의 대처가 미덥지 못한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미사일이 반대 방향으로 날아가 우리 군 기지에 떨어졌는가 하면 동해 상공에서 실종되기도 했다. 물론 현 정부 탓만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북한과의 대화에 매달려 훈련을 대폭 줄인 문재인 정부의 책임도 크다. 그렇다고 마냥 전 정부 탓만 하기엔 안보 현실이 엄중하다. 보수정권 주특기인 안보마저 불안하면 국민은 누구를 믿을 수 있겠나.
경제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감세와 획기적 규제 완화로 성장 프레임을 짜야 할 현 정부가 위기를 제대로 돌파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 인하가 계획보다 크게 후퇴한 게 대표적이다. 과표구간 단순화는 손도 못 댔고, 인하율도 1%포인트에 그쳤다. 주요국이 반도체 지원에 발 벗고 나섰지만,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는 여당의 무관심과 세수 부족을 우려한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당초 여당 안(대기업 기준 20%)에 훨씬 못 미친 8%에 그쳤다. 반면 ‘이재명표 지역화폐’ 예산은 부활해 ‘재정 중독성 현금 살포는 중단해야 한다’는 정부 원칙이 무너졌다. 나랏빚이 1000조원을 넘겼지만, 재정준칙 법제화 연내 도입도 물 건너갔다. 대선 운동 과정에서 한 약속이었다고 해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와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은 보수정권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만든 사안이다.
내년에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불황이 세계 경제를 엄습할 전망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정부조차 내년 수출 전망을 -4.5%로 낮췄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안보 불안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워 경제에 큰 짐이 된다. 안보와 경제 불안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지 못하면 보수정권의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