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말 종료될 일몰 예정 법안의 28일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화물차 안전운임제, 추가연장근로제를 두고 여야 간 이견이 끝내 좁혀지지 않아서다. 정치권에선 추가연장근로제의 경우 일정 기간 처벌 유예기간을 둔 뒤 내년 초 새로운 입법을 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인 이하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일몰로 인해 범법자가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야당도 계도기간 지정에 일부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근로기준법은 정부가 계도기간 등 행정적인 예산 지원을 우선 시행하고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연내 여야 합의 처리가 어려운 정치적 현실을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중소기업 여건을 고려해 일몰 연장을 요구하고, 민주당은 반대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전날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법안 심사에 나섰지만 여야 충돌로 법안 의결 없이 파행됐다. 27일 예정된 환노위 전체회의도 취소됐다.
박 원내대표는 “상황을 핑계로 (합의를) 원점으로 돌리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여당의 약속을 신뢰하겠느냐”며 일몰 법안에 대한 일괄 타결을 재차 요구했다. 반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야가) 접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28일 본회의에서 일몰 법안은 거의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안전운임제는) 이름부터 잘못됐고, 기능도 잘못돼서 정부는 제도를 구조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은 26일 “새로 법을 만들어 내년 1~2월 통과를 목표로 두겠다”고 말했다. 다만 여소야대 상황인 만큼 여당 주도로 입법 추진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본회의에 올라가기 전 최종 법안 심사를 하는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일몰 예정 법안을 제외한 다른 법안을 처리했다. 여야 쟁점이 적은 한국전력법, 가스공사법 등이 포함됐다. 이들 법안은 28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일몰 예정 법안 중 하나인 건강보험 국고 지원을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법 개정안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법사위에 상정되지 않았다. 다만 정부·여당은 ‘5년 연장’, 민주당은 ‘일몰 폐지(영구화)’를 내세우며 제도 존속에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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