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신임 본부장은 27일 국민연금공단 북부지역본부에서 열린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의 CEO 선임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셀프 연임’ ‘황제 연임’ 우려가 해소될 수 있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처럼 이사회가 차별하거나 외부인의 참여를 제한한다면 잠재 후보를 확인할 수 없어 최적의 CEO를 선출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에서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는 지배구조가 확고한 기업과 다른 측면에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차기 CIO에게도 이런 사항을 당부하고 의결권 행사의 적합성을 판단해 수익률 개선에 나서겠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구현모 KT 대표는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로부터 연임 적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스스로 복수 후보 경선을 자처했다. 서 본부장은 이날 구 대표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KT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으로 경선을 통해 CEO를 선출해 좋은 관행을 만들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KT와 포스코홀딩스 지분을 각각 10.74%, 8.50% 보유한 최대주주다. 우리(7.86%), 신한(8.22%), KB(7.97%), 하나(8.40%) 등 4대 금융지주 지분율도 높다. 아직 차기 회장 선임이 완료되지 않은 우리금융의 손태승 회장 거취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회장 '셀프 연임' 이례적 비판…CEO경쟁 KT 모범사례 꼽아
재계에서는 ‘계획된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일 김태현 이사장의 기자회견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당시 “소유분산기업의 회장 등을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후계자를 양성하지 않는다거나, 대표이사나 회장 선임 및 연임 과정에서 현직자 우선 심사와 같은 차별과 외부 인사 허용 문제를 두고 쟁점이 되고 있는데 이는 사회적 공감대를 이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 본부장도 이날 “외부인의 참여를 제한하면 주주는 잠재 후보도 모르고 한 사람을 위한 선택을 강요받을 수 있다”며 “내부와 외부의 최적임자를 찾을 수 있도록 추천과 직접 공모를 통해 제한 없이 후보자 기회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투자 회사의 지배구조에 대해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면서도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국민연금의 자체 지배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이상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민간 기업 인사에 개입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임명된 서 본부장의 임기는 2년이다. 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서 본부장은 1965년생으로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8년 삼성생명보험에 입사해 미국 뉴욕법인 차장, 싱가포르법인 수석, 변액계정운용 부서장, PCA생명(현 미래에셋생명)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맡았다. 2019년 5월 공무원연금공단 CIO로 임명돼 올해 5월 임기를 마쳤다. 재임 기간 공무원연금의 수익률은 2019년 9.56%, 2020년 11.41%, 2021년 9.70% 등이었다.
서 본부장은 “공적 연기금에서 성과를 냈고 뉴욕 싱가포르 런던 등 해외에서 자산운용조직을 이끈 점이 기금이사에 선임된 배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시장 여건 악화로 (국민연금 수익률이) 부정적 영향을 받았지만 국민연금과 같은 장기 투자자에게는 최근의 어려운 여건이 오히려 또 다른 기회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차준호/류병화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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