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측인 글로벌 대형 제약사(빅파마)와 M&A의 대상이 되는 바이오텍 간 기업가치에 대한 시각 차이가 상당 부분 좁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WSJ은 "당초 올해 헬스케어 M&A 거래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됐다"며 "현금이 풍부한 글로벌 제약사들이 있고, 반면 현금이 부족한 소규모 바이오텍이 넘쳐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다. WSJ이 인용한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헬스케어 분야에서 M&A 거래 규모는 2020억달러로 전년 대비 56% 급감했다.
매체는 부진의 배경으로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 간 '기대 불균형'을 꼽았다. 기업가치를 놓고 좁히기 어려운 시각차가 있었다는 것이다.
WSJ은 "주식 시장이 매우 불안정했던 올해 일부 M&A 대상 바이오벤처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하락한 주가에 기반한 가치평가를 받아들이는 데 주저했다"며 "반면 대형 제약사들은 2021년 주가를 협상 적정 가치가 아닌 정점으로 봤다"고 했다.
존슨앤드존슨(J&J)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0월 실적 발표 때 "셀러(seller) 측이 2021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기업가치를 고수한 탓에 거래 성사에 유리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WSJ은 이런 분위기에 변화가 왔다고 했다. 그 신호탄은 최근 연이어 나온 두 건의 '빅딜'이다. 하나는 지난달 존슨앤드존슨의 아비오메드 인수(약 23조5000억원)고, 다른 하나는 암젠의 호라이즌테라퓨틱스 인수(36조3000억원)다.
매체는 "두 거래는 매수와 매도 양측 간 시각차가 줄어들기 시작한다는 신호"라며 "이는 올해보다 2023년에 M&A가 활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존슨앤드존슨이 아비오메드를 인수하기로 한 주당 380달러는 거래 발표 전날 종가 대비 약 50%의 웃돈(프리미엄)이 적용된 가격이지만, 2021년 11월 52주 최고가 수준이다.
암젠의 호라이즌 인수도 비슷하다. 인수 가격인 주당 116.5달러는 전날 종가보다 50% 높지만, 약 1년 전 호라이즌의 주가다.
WSJ는 존슨앤드존슨을 가장 기대되는 매수자로 지목했다. 블록버스터급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의 특허 만료 때문이다. 스텔라라 물질 특허는 미국에서 내년 9월, 유럽에서 2024년 7월 끝난다.
스텔라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91억달러의 매출을 낸 의약품이다. 세계에서 여덜 번째로 많이 팔린 약이다. WSJ은 "존슨앤드존슨은 암젠이 인수한 호라이즌의 '원조 구애자'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기대주로는 화이자를 꼽았다. 가용 현금이 풍부해서다. 다만 메가딜보다는 소규모 M&A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화이자는 올해 아레나(67억달러), 바이오헤이븐(116억달러), 글로벌블러드테라퓨틱스(54억달러), 리바이러스(10억달러) 등을 사들였다. WSJ은 "화이자는 보유 현금과 끌어들일 수 있는 부채 등 총 1000억달러 이상의 자금 여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PwC)는 2023년 제약·생명과학 분야 M&A 거래 규모가 2250억~27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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