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로 직행하게 됐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개정안이 쌀 산업의 유지·발전을 위해 추진한 그간의 노력들을 수포로 만들 것"이라며 "본회의 전까지 국회서 다시 신중하게 논의해달라"고 호소했다.
정 장관은 2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본회의 부의 요구가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것에 대해 브리핑을 열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정 장관은 "국회 농해수위는 과거부터 여야 구분 없이 우리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을 위해 한 목소리를 내왔다"며 "하지만 이번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농해수위의 전통은 사라지고 일방의 주장만이 반영돼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브리핑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에 따라 쌀 시장격리(정부매입)이 의무화될 경우의 문제점 네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로 쌀 공급 과잉 구조가 심화되고 쌀 값은 되려 하락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쌀 시장격리 의무화는 농업인이 쌀 생산을 유지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며 "현재 20만t수준인 쌀 초과공급은 2030년 60만t 이상으로 늘고 쌀 값도 현재보다 8% 낮은 80kg당 17만원 초반 선으로 정체될 것"이라 지적했다.
두번째로는 청년 농업인이나 스마트농업 육성 등 미래 농업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는 점을 제시했다. 정 장관은 "격리 의무화에 따른 재정 부담은 연평균 1조원이 넘는다"며 "청년 농업인, 스마트 농업 육성 같은 미래 농업 발전에 사용해야 할 예산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식량 안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내놨다. 정 장관은 "식량 안보 강화의 핵심은 기초 곡물 중 수입의존도가높은 밀·콩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라며 "시장격리 의무화는 현재도 자급률이 충분한 쌀의 자급률은 더욱 높이고 밀·콩으로의 전환을 어렵게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네번째로 정 장관은 쌀에서 시작된 정부 의무수매의 범위가 다른 작물들로 이어질 경우 막대한 재정부담과 시장 왜곡이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 지적했다. 그는 "다른 품목도 쌀 처럼 격리 의무화나 국가 수매제와 같이 수용하기 어려운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많은 재정이 쌀에 투입된다면 다른 농축산물에 대한 지원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 장관은 "정부는 가루쌀 재배 확대, 전략작물직불제 도입 등을 통해 쌀 수급균형을 회복하고 일시적 수급 불안에 대해선 농가 경영이 불안하지 않도록 과감한 시장격리를 추진할 것"이라며 "본회의 논의를 앞둔 상황에서 쌀 산업과 농업농촌의 발전을 위해 개정안에 대해 신중하고 합리적 논의를 해주실 것은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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