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펫샵에는 새끼 반려동물만 있을까?’

[한경잡앤조이=강홍민 기자 / 양정민 대학생 기자] “이상하지 않아요? 펫샵에 있는 동물들은 다 어린 새끼들이잖아요. 분명 거기 있는 애들도 나이를 먹을 텐데, 어디로 가는 걸까요.”

펫샵 앞에서 동물들을 보고 있던 시민 정재원(22?여)씨는 펫샵의 어린 동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와의 대화에서 의문을 제기했다. 동물 분양소들의 동물들은 주로 생후 2개월 내외의 동물들이라는 것이다.

21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448만 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의 수는 2018년 25%에 비해 2021년 29.6%로 증가한 추세다. 관련 설문에서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비율도 88.9%에 이르렀다.

반려동물 시장에도 변화가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펫 비즈니스 시장 규모가 2015년 1조 9000억 원에서 2021년 3조 4000억 원으로 성장했고, 2027년에는 약 6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반려동물에 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강아지 공장과 경매장 시스템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여전히 존재한다.

펫샵에 취급되는 동물들은 대개 2개월에서 6개월 사이 새끼 동물들이다. 대부분의 펫샵은 생후 6개월 이후 동물들을 번식장으로 다시 보내거나 경매장으로 보내지는 것을 일각에서는 동물 보호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 개입의 필요성이 제기했다.

“보통 생후 6개월 전에 다 나가요” 생후 2개월 위주 동물들 위주로 구성돼 있던 펫샵 케이지
펫샵에 있는 생후 6개월 이상 반려동물들의 처우가 불투명해 논란이 예상된다. 분양업계는 분양가 할인 등을 내세워 동물들을 처리한다고 답했지만 정확한 방법에 대해선 답변을 피했다.

펫샵을 운영하는 사장들은 대부분 강아지 공장의 존재를 부정했다. 동물보호법 및 동물 번식, 생산업에 관한 법률과 처벌이 강화되며 강아지 공장, 불법 번식장이 많이 사라졌다는 게 펫샵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동물 보호 단체의 설명은 달랐다. 펫샵에서 일정 개월 수가 차면 다시 번식장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있다는 게 이들의 답변이다.

동물보호단체 위액트 함형선 대표는 “보통 펫샵들은 4~5개월이 지나면 상품가치가 떨어졌다고 판단한다”며 “일정 기간까진 할인 판매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번식장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펫샵에서 오래된 강아지가 남아있는 경우는 보기 어려웠다”고 답했다.

펫샵의 반려견들도 생후 6개월 미만이 대부분이었다. 경기도 하남시의 펫샵 관계자 A 씨는 “보통 6개월 전에 동물들을 최대한 빠르게 분양시키려고 한다”며 “개월수가 있는 동물들은 케이지에 두기 힘들어서 크게 할인해 판매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펫샵 관계자 역시 “매장에서 저렴하게 반려견을 분양하다 보니 가게가 2개월 내외의 동물들로 채워져 있고 이 마저도 빠르게 분양되는 측면도 있다”고 대답했다. 이 펫샵의 경우 생후 2개월이 된 반려견 분양 최고가가 30만 원 이하로 다른 곳이 100~200만 원에 분양하는 것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다.

피부병, 악취…번식 환경 소홀한 번식장
문제는 펫샵에서 가정으로 분양이나 입양되지 못하고 다시 번식장으로 가는 동물들이다. 주로 푸들, 포메라니안 등 인기 종들로 새끼를 낳기 위해 번식장으로 간다. 번식장은 번식이 목적이다 보니 환경이나 시설 관리엔 소홀하다. 번식장의 개, 고양이들은 ‘뜬장’이라고 불리는 철 케이지에 갇혀 새끼 생산에만 치중한다. 동물보호단체에 따르면 이들은 크리스마스 등 특수 판매 기간을 맞추기 위해 호르몬을 조작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시설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환경이다 보니 동물들은 피부병, 악취 등 불결한 환경에서 하루하루를 보낸다. 각종 동물보호단체와 매체를 통해 보인 번식장의 모습에서 창문이 있는 곳은 찾기 힘들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2014년 반려동물 대량생산 관련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년이지만 번식장의 모견의 경우 5,6살부터 노화가 시작된다고 밝혔다. 이렇게 어미 동물이 낳은 새끼들은 생후 2개월이 되면 반려동물 경매장으로 향한다. 번식장에서 경매장을 거쳐 펫샵으로 간다는 점에서 번식장, 경매장, 펫샵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이다.

동물생산업은 2017년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변경됐다. 불법 번식장이 동물들을 비윤리적으로 번식한다는 우려가 있었고 동물생산업을 지자체에서 효과적으로 관리하려고 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전국에 동물생산업으로 등록된 합법 동물생산업장은 총 2,182개이다.



하지만 번식업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함형선 대표는 “반려동물 번식장의 환경과 관련해 동물보호법에 메뉴얼이 있으나 규제나 규정 자체도 너무 약하고 규제가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펫샵, 번식장, 경매장이 유럽이나 미국처럼 올바르게 운영되려면 제대로 된 법이 있어야 하는데 최소한의 동물보호법도 관리가 안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가족을 만드는 일이니까＂…분양 대신 책임 있는 입양 필요
유기동물 입양은 반려동물을 기를 수 있는 또 다른 선택지 중 하나다. 그럼에도 유기동물을 입양한 사람들이나 반려동물 산업 종사자는 반려동물을 키우기 전 자신이 동물을 키울 수 있는지 검토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생후 5개월 유기견을 입양한 경기 고양시의 김지연(23?여)씨는 “유기견은 며칠이 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해 처음의 계획을 바꿔 지금의 개를 데려왔다”며 “데려오지 않으면 안락사 위기에 놓일 수 있는 유기동물을 키우는 것도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예쁘다고 데려와 놓고 막상 산책이나 교육조차 제대로 안 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 같다”며 “본인이 동물을 돌볼 수 있는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지 스스로 점검을 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유기동물 입양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경기 수원시에서 애견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김민진(35?여) 씨는 “내가 유기견을 온전히 보듬어 줄 수 있을 것 같단 생각만으로 입양이나 분양을 하는 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어떤 상처를 가졌는지 모르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예쁘고 불쌍해 보여서 유기견을 입양을 받았다간 또다시 동물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분양절차가 까다로워졌고, 분양 받았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추후 잘 키우고 있는지 점검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동물 입양은 생명을 돌보는 일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사람들이 어리고 조그만 동물들을 선호하다 보니 나이가 들거나 덩치가 있는 동물들은 선호가 덜하다”며 “이런 동물들은 번식장으로 가거나 더 끔찍한 결말을 맞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게 아닌 호기심이나 인형처럼 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라며 “입양을 한다는 건 무한대의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행위이기 때문에 동물에게 안정적이고 행복한 조건을 제공해 줄 수 있는지 스스로 검토 후 키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