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와 경기도, 안산시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110억원을 들여 ‘안산시 공동체 회복사업’을 진행했다. 매년 이 예산의 약 37.5%가 각종 시민단체에 지원됐다. 그중 ‘안산청년회’란 단체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북한 국무위원장 신년사 학습, 김일성 항일투쟁 세미나에 보조금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일부 회원은 제주도에 2박3일간 외유성 출장을 가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된 국가보조금의 부정 사용 사례 중 하나다. 대통령실은 지난 6년간 27조9049억원의 국가보조금이 비영리 민간단체에 지급됐다고 28일 발표했다.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 보조금이 사업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되거나 중복·부정 지급된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까지 전 부처가 보조금 관리 실태를 자체 감사하고, 관리체계도 투명화할 계획이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3조5600억원이던 정부 보조금이 지난 정부에서 매년 평균 4000억원 증가해 올해 5조4500억원까지 증가했다”고 말했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자체 지원한 보조금은 이번 조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11월 촛불중고생시민연대가 ‘윤석열 대통령 퇴진 시국선언’을 발표한 이후 시작됐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중고생들이 촛불을 들게 하는데 정부 지원금이 어떻게 나가게 됐을까 하는 궁금증에서 (전수조사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동아리 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서울시에 보조금을 지원했고, 서울시는 다시 2~3차 관리자를 통해 2500여 개의 청년 동아리에 이를 배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금을 받은 ‘촛불중고시민연대’가 정권 퇴진 운동을 벌여 논란이 되자 여가부는 “직접 지원한 바가 없으며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해명했다.
대통령실은 이 외에 30여 건의 보조금 사업이 △부적절한 지급 대상 선정 과정 △부정수급 △목적 외 사용 등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대북지원단체인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한 핵심 간부는 2019년부터 3년간 서울시 보조금 지원 심사위원단에 참여해 ‘셀프 심사’를 했다. 운암 김성숙 선생 기념사업회는 당초 사업계획이었던 ‘현충원 탐방 및 역사해설사 프로그램 운영’과 맞지 않는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를 해 2500만원의 국비보조금을 전액 회수당하기도 했다.
보조금 관리가 미흡하게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가 자체적으로 문제사업을 적발한 건수는 총 153건, 환수 금액은 34억원에 불과했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 부처별 보조금 집행 현황 감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확실한 문제가 드러난 사업은 과감하게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또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지원금을 분담하는 ‘지자체 보조금 사업’은 부처가 관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기로 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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