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28일 20:3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장(기금이사·CIO) 선임 이틀 만에 민간 기업을 향한 비판의 메시지를 냈다. 구현모 대표이사를 단독 후보로 선정한 KT 이사회를 향해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고 질책했다. 국민연금이 공식 프로세스가 아니라 메시지를 내는 방식으로 개별 기업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매우 이례적이다.
국민연금은 28일 보도설명자료를 배포하고 KT 이사회의 구현모 대표이사 최종 후보 확정에 대해 “기금이사는 지난 27일 취임 인사 과정에서 말한 ‘CEO 후보 결정이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는 경선의 기본 원칙에 부합하지 못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의결권 행사 등 수탁자책임활동 이행 과정에서 이러한 사항을 충분히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서원주 신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지난 27일 취임사에서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주주권 행사 강화 계획을 내놨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KT나 포스코, 금융지주 등 소유 분산 기업의 CEO 선임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이뤄져야 ‘셀프 연임’ ‘황제 연임’ 우려가 해소될 수 있고 국민연금을 포함한 주주 이익에 부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 본부장의 취임 일성 발언으로 민감한 시기에 특정 기업의 CEO 인사를 직접적으로 언급해 사실상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냔 지적이 나왔다. 이후 KT 이사회가 이날 회의를 열고 차기 CEO 단독 후보로 최종 결정하자 다시 한번 지적에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이 직접 개별 기업의 이사회를 향해 비판 메시지를 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일반적으로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찬성, 반대를 통해 의사를 표현하거나 주주제안을 포함하는 적극적 주주권 행사에 나선다. 국민연금이 민간 기업에 메시지로 압박하는 것은 국민의 노후자산으로 경영 행위에 영향을 주려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어 그간 이뤄지지 않았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가 최대주주 국민연금(10.35%)을 의식해 ‘셀프 경선’까지 나섰지만 재차 문제제기에 나서, 과도한 인사 개입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인사를 개입하는 것은 처음 본다”며 “국민 노후자산을 지키기 위한 작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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