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회의를 열고 사고 당협 68곳 중 42곳의 조직위원장 임명안을 의결했다. 조직위원장은 통상 당협 의결을 거쳐 당협위원장이 된다. 당협위원장은 총선과 지방선거 공천 1순위로 꼽힌다. 새로 임명된 조직위원장들이 2024년 총선에 공천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비대위는 친윤계 인사를 대거 발탁했다. 서울 동대문을에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상임공보특보단장을 지낸 김경진 전 의원이 허은아 의원을 꺾고 임명됐다. 당초 허 의원은 지난 5월 조직위원장에 내정됐지만 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심사에서 탈락했다.
비윤계로 꼽히는 허 의원은 결과 발표 직후 “‘친윤’이 아니면 다 나가라는 것이냐”며 “‘친윤’이고 검사 출신이면 이리저리 당협 쇼핑도 할 수 있는 당의 현실이 부끄럽다”고 반발했다. 김웅 의원도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오직 친윤 호소뿐인 친윤 의원들에 비해 허은아의 잘못은 권력에 아양 떨지 않은 것”이라며 “이번 결정은 친윤의 마녀사냥”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특별고문을 지낸 유종필 전 관악구청장은 서울 관악갑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경기 고양병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검찰 출신 인사도 다수 포함됐다. 인천 동구미추홀갑에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 등을 지낸 심재돈 변호사가 임명됐다. ‘특수통’ 검사 출신인 심 변호사는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 근무한 ‘윤석열 사단’으로 꼽힌다. 경기 의왕과천 조직위원장에 임명된 최기식 변호사도 검사 출신이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재직하던 2020년 서울고검 공판송무부장을 맡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는 사법연수원(27기) 동기다. 서울남부지검장,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을 지낸 김진모 변호사는 충북 청주서원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김 변호사는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2비서관을 지냈다.
현역 의원 중에선 비례대표 의원 4명이 조직위원장을 맡게 됐다. 서울 강동갑에는 전주혜 의원, 대전 동구에는 윤창현 의원, 전북 전주시을에는 정운천 의원이 인선됐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인 노용호 의원은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조직위원장에 임명됐다.
조강특위는 당협 26곳은 공석으로 남겨뒀다. 정치권에선 “일부 장관과 대통령실 참모 등의 총선 출마를 위해 비워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서울 마포갑은 최승재 의원(비례)이 지원했지만 공석으로 남아 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지역구였던 곳이다. 강 수석은 차기 총선에서 마포갑 출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강특위는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정미경 전 최고위원이 지원한 경기 성남분당을도 공석으로 남겼다. 서정숙 의원이 지원한 경기 용인병 조직위원장도 임명하지 않았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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