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메디트 2조5000억에 인수한다

입력 2022-12-29 09:21   수정 2022-12-29 10:37

이 기사는 12월 29일 09:2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국내 치과 구강스캐너 기업인 메디트를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이날 메디트 최대주주인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회사 지분 99.5%를 약 2조5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지난달 MBK파트너스가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지 한달 만이다. 양측은 내년 2월께 거래를 최종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매각자문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다.

메디트의 창업자인 장민호 고려대 교수와 특수관계인도 공동 투자자로 남게 됐다. 장 교수 등은 등은 글로벌 디지털 덴탈 시장 및 메디트의 위상, 성장성을 재확신하며 지분 매각 대금의 상당 수준을 재투자할 예정이다.

올 하반기 진행된 메디트 인수전은 국내 GS그룹과 손잡은 미국 칼라일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유럽 CVC캐피탈 등 글로벌 PEF들이 치열하게 인수 경쟁을 벌였지만 최종 승자는 ‘깜짝 등판’한 MBK가 차지하게 됐다. 매각 측은 앞서 지난 10월 말 1차 우선협상자로 칼라일-GS컨소시엄을 낙점했지만 협상 기간이 종료되자 입찰에 참여한 KKR, CVC 등 다른 원매자들과도 협상해왔다. 이 과정에서 당초 불참했던 MBK파트너스가 등장해 빠른 의사결정으로 승기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거래 금액도 칼라일이 제시한 3조원보다 소폭 낮아졌다.

메디트는 3차원(3D) 치과용 구강 스캐너 기술 기업이다. 2000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출신인 장민호 고려대 기계공학과 교수가 창업했다. 유니슨캐피탈이 2019년 말 지분 50%+1주를 약 3200억원에 인수했다. 메디트는 유니슨캐피탈에 인수된 뒤 빠르게 성장했다. 글로벌 영업 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한 결과다. 주력 제품인 ‘i500’에 이어 지난해 신제품 ‘i700’을 내놨다. 메디트는 구강스캐너 시장에서 글로벌 3위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대형 PEF들이 메디트 인수에 눈독을 들인 이유는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성 때문이다. 메디트는 치과 진료의 디지털화를 주도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업체 중 하나다. 치아의 본을 뜨고 보철물을 만들 때 메디트의 3차원(3D) 구강 스캐너를 사용하면 고무찰흙이나 석고틀을 사용하지 않고 수십초 안에 치아구조를 형상화할 수 있다. 과거 1주일 이상 걸리던 보철물 제작 기간도 하루면 충분하다. 환자의 치아 상태 및 구조는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돼 치과와 연구소, 기공소 등이 공유한다.

이 같은 디지털 구강스캐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시장침투율이 세계적으로 10~20% 수준에 불과하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도 30%가 채 안 된다. 성장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경쟁자는 쓰리쉐입 엔비스타 얼라인테크 등이 있다. 메디트는 경쟁사 대비 빠르고, 정확하고, 가벼운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으며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메디트는 지난해 매출 1906억원에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039억원을 기록했다. 유니슨이 인수한 2019년 매출 722억원, EBITDA 367억원보다 각각 2.5배, 3배 가까이 늘었다. 유니슨이 인수한 뒤 글로벌 영업조직을 신설하고 해외 시장을 공격적으로 두드린 결과다. 올해 매출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대비 각각 40% 이상 증가한 2700억원, 1500억원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는 올해 들어 첫 조 단위 규모 거래를 성사시켰다. 약 10조원 규모의 카카오모빌리티와 2조원 규모의 메가스터디교육 인수를 추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2020년 65억달러 규모로 결성한 5호 블라인드 펀드를 통해 메디트를 인수할 예정이다. 이 펀드의 국내 투자 건으로는 e커머스 전문기업 코리아센터, 신발 원단 업체 동진섬유와 경진섬유 등이 있다. 메디트를 인수하면 5호 펀드의 대표 포트폴리오가 될 전망이다. MBK는 5호 펀드의 투자금 중 약 35%를 소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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