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후 한동안 할인쿠폰을 뿌려대며 거래액 확대에 몰두하던 유통·패션 플랫폼들이 방향을 확 틀어 판매수수료를 올리고 영상광고를 끊고 있다. 상당수 유통·패션 플랫폼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수익성 개선보다는 거래액 증가에 초점을 맞춘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올해 내내 이어진 글로벌 자본시장 불안과 ‘최악’으로 예상되는 내년 경제 전망 등의 요인으로 투자자들로부터 “수익성을 개선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수수료를 인상한 플랫폼은 지그재그뿐 아니다. 최근 두 달 새 동대문 기반의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를 비롯해 명품 플랫폼 빅3(발란·머스트잇·트렌비), 리셀 플랫폼 네이버 크림, 무신사 솔드아웃 등이 수수료 인상 방침을 잇달아 통보했다.
에이블리는 지난 1일부터 서비스를 선보인 지 4년 만에 입점업체에 매출의 3.0%를 판매수수료로 부과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크림의 경우 올해에만 수수료 및 배송비를 8번 올렸다. 그 결과 올해 초 1.0%였던 크림의 판매수수료는 5.5%로 5배 이상 껑충 뛰었다.
명품 플랫폼들도 비슷한 행보를 보인다. 머스트잇은 수수료율을 지난달 30일 종전 8.8%에서 12.1%로 3.3%포인트 올렸다. ‘빅모델’을 쓰는 데 거액을 지급해 온 명품 플랫폼들은 영상 광고도 끊고 있다.
지난 5월부터 광고비와 할인쿠폰을 줄여 수익성 개선 총력전에 돌입한 발란이 그런 사례다. 발란은 올 4분기부터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해 방문자를 늘리면 성장의 선순환 궤도에 진입한다는 아마존식 ‘플라이휠’ 전략을 너도나도 모방한 결과였다. 하지만 올해는 거래액이 감소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손실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여기에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효과를 톡톡히 누렸던 소비경기가 내년엔 크게 악화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쳤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작년까지 벤처캐피탈 등으로부터 손쉽게 받았던 투자가 급격히 위축돼 사업 축소나 매각을 고려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플랫폼업체의 수수료 인상이 제품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플랫폼에 입점한 셀러들 사이에서는 수수료 인상분 만큼 옷값을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에이블리의 한 셀러는 “이제 가격을 낮춰서 파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며 “수수료가 오른데다 할인쿠폰도 셀러가 부담해야 하는 처지라 팔면 팔수록 손실이 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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