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입력 2022-12-29 17:44   수정 2022-12-30 00:04

고된 유학 생활을 마치고 귀국길에 아내와 어린 두 아들을 데리고 미국 서부에 있는 국립공원에 들른 적이 있다.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고원초원지대에 오르면 마치 밤하늘이 땅 가까이 닿아 있는 듯 무수한 별이 가까이서 반짝이며 곧 쏟아질 것만 같이 보인다. 그 가운데 가장 빛나는 별 북극성은 1000광년이나 떨어져 있으니 그 별빛은 이미 1000년 전의 것이다. 1000년 걸려 도달한 반짝이는 별빛을 보면서 기껏해야 100년 사는 인간이 얼마나 유한한 존재인지를 깨닫는다.

지난 한 해 동안 수많은 일이 일어나고 많은 변화가 있었으며 그 가운데 힘든 일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무엇인가를 그렇게 부둥켜안고 애태우며 보낸 고통의 시간도 우주에서는 단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불과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시간은 너무나 짧기 때문에 귀하디귀한 시간을 불행과 고통으로 허비할 것이 아니라 쓰러지지 말고 주저앉지도 말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감사와 기쁨 그리고 행복으로 채워가기에도 부족한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슬픔과 후회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인간은 영원할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로불사를 꿈꾸며 아등바등했던 중국의 진시황제는 죽음 앞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궁금하다. 차라리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주어진 한정된 시간 안에 더 의미 있는 일을 도모했더라면 낫지 않았을까.

한 해의 끝자락에 서서 되돌아보니 아닌 게 아니라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1년이 지나갔다. 이제 남은 소중한 며칠은 감사한 분들과 고마운 일들을 떠올리며 의미 있게 보내야 할 것 같다. 이래저래 숨 가쁘게 보낸 2022년의 마지막 주간에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와 필자가 소속된 법학전문대학원 두 곳에서 종무식을 치렀다.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정리하면서 마무리하는 조촐한 두 행사를 통해 감사할 일들을 되새겼다. 두 기관에서 말없이 그리고 성실히 소임을 다해 주신 선생님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나는 맡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감사한 분들이다. 살다 보면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의 도움을 받는다.

올 한 해는 특히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분을 떠올리며 넘치는 감사함으로 마지막 주말을 보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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