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관계자들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이 포함됐다.
정부는 공직자들을 특별사면에 대거 포함한 데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먼저 이들이 연루된 사건 책임자들의 사면이다.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및 복권됐기 때문에 관련 공직자 구제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이날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상 불법행위에 이른 공직자를 선별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며 “이를 통해 경직된 공직문화를 청산하고자 한다”고도 설명했다.
공직자 특별사면의 첫 번째 취지는 공감하긴 어려워도 이해하지 못할 부분은 아니다. 책임자에 비해 ‘책임자가 시키는 일을 한’ 공직자의 죄가 더 크다고 할 순 없으니 실질적 형평을 따진 것으로 볼 수 있어서다.
그러나 ‘경직된 공직문화’ 청산을 위한다는 설명에선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경직된 공직문화는 일반적으로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문화를 뜻한다. 국정농단이나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등 공직자들의 자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이런 문화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바람에 처벌받을 공무원들이 대거 등장한 사건이다. 이들을 사면할 경우 경직된 공직문화를 청산하는 계기가 아니라 오히려 견고하게 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더 많다는 걸 모르는 배경 설명인 것이다.
현장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따지는 질문이 나왔지만, 법무부 관계자는 “(특사 대상이 된 공직자들이) 직무 관련 불법행위에 대해 충분히 대가를 치렀고, 이들이 다시 바람직한 방향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삼자는 말”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용서해 경직된 공직문화가 아니라 ‘지난 일 자체’를 청산하겠다는 말로 들리는 대목이다.
청산은 교훈이 기반이 돼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 매번 정권이 바뀌고 나면 불거지는 것이 바로 ‘공직자 범죄’다. 국민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인사권자를 향해 충성하는 문화를 없애지 않으면 계속해서 공직자 범죄는 등장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에 시급한 것은 상급자의 지시에 비판적으로 행동할 자유지, 공직자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아니다. 이들을 사면하는 것은 오히려 ‘충성하면 언젠가는 챙겨준다’는 인식을 재확인해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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