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타깃으로 삼은 KT와 포스코는 적극적인 조직개편과 인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KT는 당초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전제로 연내 조직개편 및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연임 여부가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계열사 CEO와 임원 인사가 늦어지는 ‘리더십 부재’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 판단이나 의사결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KT 관계자는 “20년 전 민영화 후 수장 대부분이 불명예 퇴진의 길을 걸었던 점을 떠 올릴 수밖에 없다”며 “경영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정권이 바뀌면 교체되는 CEO를 믿고 투자할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3월 연임이 확정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도 이사회 결정과 관계없이 정치권 및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퇴진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2000년 민영화된 포스코그룹의 역대 회장들은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예외 없이 임기를 남기고 사퇴했다. 포스코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공단으로, 지분 8.5%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7일 2명의 주요 계열사 사장을 교체하는 소폭 인사만 단행한 뒤 후속 정기 임원 인사를 내년 1월로 미뤘다. 대외적으로는 포항제철소가 태풍 피해 복구 중인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남아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금융그룹들도 걱정이 태산이다. 국민연금은 KB금융지주(7.94%) 신한금융지주(8.49%) 하나금융지주(8.4%)의 최대 주주이고 우리금융지주(7.86%)와 BNK금융지주(9.19%)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특히 내년 3월 임기가 끝나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연임에 정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면서 우리금융 내부는 어수선한 상황이다.
통상 회장 임기 마지막 해에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서 회장 연임 또는 교체 여부를 정하고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계열사 CEO를 결정한다. 그러나 손 회장의 거취 결정이 내년 1월로 연기되면서 임추위는 미뤄지고 있다. 국내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자회사 CEO 인사를 마무리짓지 못한 곳은 우리금융이 유일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내년에는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하루빨리 진용을 갖춰 대응해도 모자라는데, 리더십 공백 상태로 기업가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상은/강경민/박상용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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