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남부 라인란트팔츠주의 공업도시 루트비히스하펜. ‘독일 산업의 젖줄’ 라인강을 따라 세계 1위 화학회사 바스프의 생산단지 ‘페어분트(연결·결합)’가 들어서 있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이곳에 디지털 대전환(DX)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공정 단계가 복잡한 화학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생산 효율을 높이고 친환경 트렌드를 주도하겠다는 바스프의 생존 전략이 구체화한 것이다.
지난 16일 찾은 페어분트는 말 그대로 ‘공장 도시’였다. ‘연결’이라는 뜻의 단지명처럼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복잡한 파이프라인과 결합된 각종 사일로가 공상과학영화 ‘매트릭스’의 기계 도시를 연상케 했다. 승합차에 올라타 10분 남짓 도로를 달리다 엔진룸과 운전실이 없는 초대형 자동 무인 운반차(AGV)를 맞닥뜨렸다. AGV는 화학물질이 담긴 액체화물 컨테이너를 싣고 150개 하역장을 쉬지 않고 오갔다.
페어분트에는 총 2850㎞의 파이프라인과 106㎞의 도로, 230㎞의 철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 통로를 따라 움직이는 수만 종의 원자재, 중간재, 완제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생산시설의 열화 상태 등을 예측하고 설비를 교체하는 게 대표적이다. 알레산드로 피스틸로 바스프 디지털 전략 프로젝트 디렉터는 “4만5000개에 달하는 개별 제품의 탄소발자국을 1시간 만에 자동 계산할 수 있는 솔루션도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루트비히스하펜=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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