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내년 4월 말 지하철, 시내버스, 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각 300원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29일 발표했다. 8년 만의 요금 인상이다. 서울시가 대중교통 요금을 마지막으로 올린 것은 2015년 6월이다. 현재 서울 대중교통 일반요금(카드 기준)은 지하철 1250원, 시내버스 1200원이다. 300원씩 인상하면 지하철은 1550원, 시내버스는 1500원이 된다. 각각 24%, 25% 오르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하철과 버스의 누적 적자가 크고, 정부가 내년에도 노약자 무임수송 손실 예산을 지원하지 않기로 해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전기·가스요금도 내년에 대폭 인상이 예고돼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와 기업에 큰 충격이 가지 않는 범위에서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상당 부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30일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발표한다.
산업부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필요한 내년 전기요금 인상액이 ㎾h당 51.6원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올해 전기요금 인상액(㎾h당 19.3원)의 2.7배다. 내년에 이를 다 올리지는 않겠지만 올해보다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산업부는 연료값 상승분만큼 전기·가스요금이 오르지 못하면서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와 미수금(요금 인상을 억제하면서 생긴 손실금)이 커진 만큼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내년 4월께 대중교통 요금을 올리기로 한 것은 지하철과 버스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서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지하철은 연평균 9200억원, 버스는 연평균 5400억원가량의 적자가 발생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의 여파로 지하철 적자 규모는 2019년 5878억원에서 2020년 1조1448억원, 2021년 9957억원으로 늘어났다. 올해는 적자 규모가 1조26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버스 적자도 2019년 3538억원에서 올해는 658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원가 대비 운송수입 비율(요금 현실화율)이 지하철은 60%, 버스는 6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운송수입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다 보니 운행할수록 손해가 났다. 이에 서울시와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 무임승차제도가 1984년 대통령 지시로 도입된 만큼 정부가 관련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하지만 지난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서 ‘지하철 무임수송 손실보전’ 예산이 제외되면서 정부 지원이 무산됐다. 백호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300원 인상해도 요금 현실화율은 70~75% 수준에 불과하다”며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 인상폭은 30일 발표된다. 매 분기 연료비를 반영해 인상폭을 정하도록 돼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에 ㎾h당 ±5원으로 인상폭이 제한돼 있다. 따라서 인상폭에 제한이 없는 기준연료비 인상 시기와 폭에 따라 한전의 내년 실적이 좌우될 전망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한전의 적자 구조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전기료를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전의 적자 해소 차원에선 앞쪽을 높이는 것(1, 2분기에 요금을 많이 올리는 것)이 좋지만, 동절기라는 변수가 있다”며 “전기를 많이 쓰는 동절기에 전기료를 너무 많이 올리면 취약·저소득 계층이 힘들 수 있다”고 했다.
이지훈/이정호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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