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안 팔린다면 당신의 카피가 틀린 것이다

입력 2022-12-30 11:38   수정 2022-12-30 12:45

■ 「요즘 카피 바이블」 김시래



광고계 여기저기에서 인사이트라는 말이 유행했던 시절이 있다. 1971년 잭 트라우트와 알 리스가 포지셔닝 이론을 발표한 게 그 시작이었다.

그들 이론의 요지는 간단하다. 마케팅의 실체는 제품이 아니라 인식이라는 것이다. 소비자가 지각하고 있는 품질이 곧 그 제품의 질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제품의 실체보다 소비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연히 크리에이티브의 힘이 강조되었다. 광고를 잘 만들어 브랜드를 포장하면 소비자들이 그럴싸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믿었다. 광고 하나만 잘 만들어도 사람들의 뇌리에 본드처럼 달라붙는 장수브랜드가 된다고 배웠다.

그 시절의 광고는 단순했다. 멋들어진 카피로 폼만 잘 잡아도 제품이 팔렸다. 인생이 길어졌으니 보험료가 좀 비싸더라도 1등 기업에 가입하라는 삼성생명 캠페인(인생은 길다), 좋은 기름을 넣으면 차가 뽀빠이 시금치를 먹은 격이니 당신의 인생처럼 잘 나갈 것이라고 노래를 부른 S-Oil 캠페인(잘 나갑니다)은 나에게 광고 대상의 트로피를 연이어 안겨주었고, 광고주의 매출도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러한 인사이트 광고의 효과는 여전히 유효할까? 절대 아니다. 최근 당신의 기억에 남아 있는 광고를 한번 떠올려 보라. ‘경제적 자유 못 이루면 100% 환불’(클래스유), ‘정직한 가격, 독일산 면도날’(와이즐리), ‘책 한 권 값으로 2만 권을 자유롭게’(밀리의서재). 한동안 각종 매체를 풍미했던 인사이트 광고 카피들은 시대의 변화와 함께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더 이상 제품을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해서 소비자의 뇌리에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으로는 물건을 팔지 못한다. 카피가 몇 차례나 노출되었는지, 소비자의 클릭과 구매까지 모두 추적할 수 있는 시대다. 이 시대의 광고 카피는 소비자에게 즉각 행동을 유도해야 하고, 구매까지 이끌어야만 한다. 여전히 잰 체하며 멋진 광고 카피를 뽑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면 당장 그 일을 그만두어라.

이 시대에 필요한 것은 욕구를 채워주고 혜택을 제시하는 카피다. 소비자가 원하는 바를 있는 그대로 제시하라는 것이다. 개학을 맞아 학생들을 위한 70% 세일을 한다면, ‘코로나로 지친 학생들을 위해 마련한’이라는 겉치레는 생략하고 ‘봄방학 맞이 세일 70%!’라고 특종 사건을 전하는 뉴스의 헤드라인 같은 문장을 써야만 한다.

물건 팔기가 너무 어려운 시대라고? 아니다. 지금은 역사상 유례없이 물건 팔기 좋은 시대다. 고객의 마음을 홀릴 수 있는 광고 카피만 쓸 수 있다면, 값비싼 TV 광고 없이도, 당신은 얼마든지 온라인에 당신의 제품을 노출하고 판매로 이끌 수 있다. 요즘 시대에 먹히는 요즘 카피를 익혀라. 그것만으로도 당신은 손쉽게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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