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상속재산, 누구는 상속세 내고 누구는 안 내는 이유 [더 머니이스트-도정환의 상속대전]

입력 2023-01-01 07:30   수정 2023-01-01 17:18

신발공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던 나성실실과 나정직 형제가 있습니다. 두 형제는 노후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신발공장을 20억원에 정리하고 각각 10억원씩 나눠 가졌습니다.

그리고 평생을 일만 생각하며 열심히 달려온 두 형제는 은퇴를 기념하고자 여행을 떠났습니다. 안타깝게도 두 형제는 여행 중 불의의 사고를 당해 사망하게 됐습니다. 성실과 정직 형제에게는 각각 두 명의 자녀가 있었고, 정직의 부인은 3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난 상태였습니다.

성실과 정직의 가족들은 10억원씩 동일한 금액을 상속받았습니다. 그런데 두 가족의 상속세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성실의 가족은 납부해야할 상속세가 없었습니다. 반면 정직의 가족은 9000만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했습니다. 동일한 금액을 상속받았는데 누구는 상속세를 내고 누구는 안 내게 됐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요?





상속세는 상속받는 재산 전체를 과세표준으로 봐서 세금을 납부하는 것이 아닙니다. 피상속인의 사망 후 상속인들이 좀 더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상속공제’라는 제도를 통해 상속세의 일정 부분 깎아주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상속공제는 일괄공제, 배우자공제, 금융재산공제, 동거주택공제, 재해손실공제 등이 있습니다. 이 또한 무한정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일정 한도까지만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법정상속인인 배우자와 자녀가 생존하고 있음에도 피상속인이 유언 등을 통해 모든 재산을 손자에게 물려주기로 한 경우에는 상속공제의 한도가 0이 돼 상속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속공제를 적용할 때 그 금액이 한도를 넘지 않는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기초공제와 기타인적공제를 합한 금액이 5억원에 미달할 경우에는 일괄공제로서 5억원을 적용합니다. 5억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그 초과하는 금액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일괄공제는 주로 배우자 외의 자녀 등에 대한 공제이므로 피상속인이 자녀가 없어서 배우자가 단독상속인이 되는 경우에는 일괄공제를 적용받을 수 없다는 것을 주의해야 합니다. 기초공제와 기타인적공제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그렇다면 성실, 정직 형제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성실의 가족은 부인이 살아있으므로, 위 표에 나와 있듯이 최소 5억원의 일괄공제와 5억원의 배우자공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실의 가족은 10억원을 상속받았지만 최소 10억원의 상속공제를 적용받으므로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반면에 정직의 가족은 부인이 이미 사망했으므로 상속공제 중 5억원의 배우자공제를 받을 수 없습니다. 5억원의 일괄공제만 받을 수 있으므로 10억원의 상속재산 중 5억원의 일괄공제를 차감한 잔액 5억원에 대해 상속세 9000만원을 납부해야 합니다.

정리하면 배우자와 자녀가 있으면 상속이 개시됐을 때 최소 10억원의 상속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상속재산가액이 10억원 이하로서 다른 특이한 사항이 없다면,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속재산가액이 10억원을 넘어가면 상속세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상속세는 상속재산가액이 커질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누진세율이므로 사전증여 등을 통해 상속세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도모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입니다.

최근에 상속세신고업무에 대한 의뢰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재산가의 사망이 늘어나서라기보다는 부동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10억원이 넘는 아파트가 과거에 비해 훨씬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과거에는 소위 재산가만이 상속을 준비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대도시 내에 아파트 1채만 있어도 상속을 미리 준비해야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물론 사전에 증여를 하더라도 상속 시에 사전증여금액을 상속재산에 합산하지만, 상속개시일로부터 10년 이내의 증여(단, 상속인 외의 자에게 증여한 경우 5년 이내의 증여)만 합산됩니다. 그러므로 10억 원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라면 좀 더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상속을 준비하는 것이 힘들게 모은 내 재산을 남겨진 배우자와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더 물려줄 수 있는 현명한 길입니다.

또한 증여세의 경우에도 다음과 같은 ‘증여재산공제’를 통해 일정 금액까지 증여세 부담을 감소시켜 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직계존속이란 부모님, 친조부모, 외조부모등을 모두 합친 개념입니다. 따라서 성년자가 아버지로부터 5000만원을 증여받고 10년 내에 할아버지로부터 5000만원을 증여받을 경우 직계존속에 대한 증여재산공제는 5000만원만 적용됩니다.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5000만원은 증여세를 부담하지 않지만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5000만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한서회계법인 도정환 세무사, 회계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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