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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지난해 루나 사태는 전 세계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가상자산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는데요. 그럼에도 올해를 디지털 자산 시장의 부흥기로 꼽는 시각도 있습니다. 증권형토큰(STO)에서 가상자산의 미래를 찾는 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가 한경 긱스(Geeks)에 관련 글을 보내왔습니다.
‘극단의 시대’라는 말은 영국의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이 20세기를 정의하면서 쓴 표현이다. 1·2차 세계대전과 이후의 경제성장, 그리고 20세기 후반의 불확실성의 위기를 한꺼번에 설명하기에 이보다 좋은 표현은 없었으리라. 2022년의 디지털 자산 시장을 돌이켜볼 때도 ‘극단의 시대’였구나 생각을 하게 된다.
희망과 기대가 가득했던 2022년 초
연초는 희망과 기대가 가득했다. 2021년 말에는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신고를 마치고 제도권에 편입되고 있었다. 신고의 전제조건인 시중 은행에 실명확인 입출금 거래계좌 개설 문제로 인해 업비트 등 몇 개의 거래소만 신고가 가능했던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가상자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자산에 대해 금융당국이 직접 규제를 시작한다는 큰 의미가 있었다. 한편, 2021년 정기국회에서 가상자산에 대한 소위 ‘업권법’의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었다. 그간 국회에는 10개가 넘는 가상자산 관련 법안의 제정안 및 같은 취지의 개정안이 제안되어 있었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이 때에 와서 이루어지게 됐다. 11월 정무위에서는 법 제정 관련 공청회가 열렸다. 법안 논의가 본격화함에 따라 정부에서도 ‘업권법’ 관련 용역을 발주하는 등 입법 관련 준비에 서두르고 있었다.
2022년 대선은 디지털 자산 시장에 획기적인 계기가 됐다. 여야 모두 디지털 자산 육성과 관련 투자자 보호를 공약했다. 대선이 박빙으로 경합하면서, 이미 가상자산 투자자가 600만명에 육박하는 현실은 정치권의 움직임을 더욱 발빠르게 하고 있었다. 특히 그동안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았던 ‘가상자산 발행(ICO) 허용’은 디지털자산의 르네상스를 예고했다. 엄격한 투자자 보호를 전제로 디지털 자산 시장을 육성하는 것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방향이 된 것 같았다.
이런 분위기는 대선 이후까지 이어졌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 중 ‘디지털 자산 인프라 및 규율체계 구축’은 디지털 자산 기본법 제정과 국내 ICO 여건 조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국내 ICO 여건 조성은, 구체적으로 가상자산의 경제적 실질에 따라 ‘증권형’과 ‘비증권형’으로 구별해 규제 체계를 마련하되, ‘증권형 코인’은 ‘자본시장법’의 규율 체계에 따라 발행할 수 있도록 시장 여건 및 규율체계를 확립하고 ‘비증권형 코인’은 국회 계류 중인 ‘업권법’을 통해 발행, 성장, 불공정거래 방지 등 규율체계를 마련한다고 해 향후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
가상자산에 대한 신뢰가 급격히 무너진 2022년 중반
하지만 지난해 중반에 접어들면서 시장의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결정적인 계기는 5월 루나-테라 사태였다. 글로벌 시가총액 5위 이내, 개당 10만원대의 메이저급 코인이 불과 한주가 채 지나지 않는 기간 동안 1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황망히 붕괴했다. 시총 기준으로는 약 50조원 넘게 사라진 셈이었다. 시장은 패닉에 빠졌고,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다.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가상자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가상자산 자체가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11월에는 세계 3위의 코인거래소인 FTX가 파산을 신청했다. 루나-테라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 시장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 FTX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의문 마저 제기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특히 FTX는 자체 발행한 가상자산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몸집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았다.
파산 이후 미국 검찰의 수사에 따르면 FTX의 경영층은 투자자들의 자산으로 공개되지 않은 벤처투자, 호화 부동산 구매, 거액의 정치헌금 등 용도로 부당하게 자산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창업주인 샘 뱅크먼-프래드는 사기혐의로 체포됐다. 게다가 미국 검찰은 세계 최대의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의 경영진에 대해서도 돈세탁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디지털 자산에 대한 신뢰는 단기간에 크게 훼손됐다. 탈중앙을 내세운 코인 시장에서 오히려 중앙을 차지했던 이들이 선량한 투자자를 탈탈 털어먹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탈이 오죽이나 많았으면 ‘탈중앙’일까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국 국회에서의 가상자산 업권법 논의는 투자자 보호 관련 부분만을 먼저 입법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었다. 이 모든 일이 불과 1년 안에 일어났다. ‘극단의 시대’ 외에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2023년 STO, 새로운 희망
그렇다면 디지털 자산은 환상이었던 것일까? 동의하지 않는다. 블록체인 기술은 높은 수준의 보안성과 신뢰성, 데이터의 무결성을 더 낮은 비용으로 추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의미하다. 블록체인이 만들어낼 금융과 생활의 변화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가상자산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에서 이를 중심으로 디지털 자산 생태계를 육성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우리가 증권형토큰(STO)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STO는 부동산, 미술품, 주식 등 자산이나 권리를 바탕으로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는 것으로서 가상자산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특히 실존하는 현물이나 권리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디지털 자산의 본질적 가치에 대한 논란도 없다. 정책적인 측면에서 볼 때 투자자에 대한 위험부담은 크지 않으면서도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이다.
현재까지의 STO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미래에 블록체인보다 더 뛰어난 기술이 등장한다면 그러한 기술을 통해 발행된 증권 역시 STO가 될 수 있겠지만, 현재의 기술 수준에서 저비용 및 투자대상 맞춤형 증권의 발행과 비정형적인 권리 유통을 가능케 할 수 있는 것은 블록체인 기술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기술의 금융에 대한 적용 가능성과 기회를 모색하는 것 보다는 코인을 발행하는 도구처럼 오해가 되었던 측면이 있는데, STO는 분산원장을 통한 거래 정보의 신뢰성, 무결성을 낮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블록체인의 본질적인 가치를 구현하는데 더욱 적합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겠다.
STO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활성화된 디지털 자산이다. 해외 분석기관에 따르면 2022년 7월 기준으로 증권형 토큰의 전세계 시장 시가 총액은 약 179억달러에 달해 원화 기준으로 약 23조원 규모다. 향후 2030년까지 연평균 59%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유망시장이기도 하다. 미국, EU, 싱가폴 등 주요국은 증권형 토큰에 기존 증권규제를 이미 적용하고 있으며 증권법에 따른 발행을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정부의 코인발행(ICO) 금지 방침에 따라 STO 역시 금지돼 있었다. 일부 조각투자 업체들만이 규제 샌드박스를 이용하여 수익증권을 토큰화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상황이다. 다행히 금융당국에서 STO에 대한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고, 내년 초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제시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온다.
그러나 현 정부의 STO 허용 방침에 따라 다양한 기업이 증권형 토큰의 잠재성을 주목해 STO 발행과 유통을 위한 준비에 나서고 있다. 기존 증권사나 IT 기업은 물론 필자와 같은 조각투자 업체도 STO를 내년도 사업의 중요한 방향으로 삼았다. 특히 증권업계 및 지자체 등을 중심으로 논의되거나 추진 중인 대체거래소(ATS)는 논의 단계에서 이미 STO를 주된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업비트와 같은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들도 STO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상황이다. STO를 통해 만들어질 새로운 금융의 지평 위에서 누가 넓은 영역을 차지할 것인가, 또는 어떤 영역을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필자가 창업한 ‘피스(PIECE)’는 국내 최초로 선박금융을 위한 STO 발행을 목표로 혁신금융을 추진해 그동안 기관투자자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선박금융을 증권형 토큰을 통해 국민 누구나 편리하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필자를 포함한 회사의 어느 누구도 선박금융을 위한 STO 발행을 종착점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 선박금융 STO를 통해 확립한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도전에 나설 것이다. 과거 몽골 기병대와 같은 과단성과 기동성, 그리고 실행력이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2023년은 올해보다 더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시기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직원들을 1만명 단위로 해고하고 있고, 부동산이든 회사든 뭐든 돈 되는 것에 투자하려는 이들에겐 '지금 사지마, 기다리면 더 싸게 나올테니까'라고들 조언한다. 그러나 기업가들은 어려울수록 투자해 새로운 기회를 준비한다. STO는 침체된 디지털자산 시장을 부활시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우리 경제 재도약의 일익을 담당할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정부와 업계간의 긴밀한 협의는 물론 신속한 제도화가 절실하다. 이를 계기로 2023년은 STO를 통해 이루는 디지털 자산의 신세계가 열리는 원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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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준 바이셀스탠다드 대표
국민대학교 대학원 정치학 석사
2022년 독일 iF DESIGN AWARD WINNER (CLEANG STONE)(디자인)
2021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상
2021년 스마트대한민국대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상
경력
2019년 3월~ 바이셀스탠다드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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