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56)이 취임 일성으로 “고객 중심의 일류 은행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혁신을 통해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유비쿼터스 뱅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기 침체가 예상되는 내년에는 가계와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 취약차주들이 급격한 상환 부담을 지지 않도록 이들의 연착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디지털 혁신 속도를 높여 고객 일상에 스며드는 인비저블 뱅크(Invisible Bank·보이지 않는 은행)가 돼야 한다”며 “서비스형 은행(BaaS·Banking as a Service) 형태로 다양한 기업·기관과의 연결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BaaS는 은행 서비스의 툴을 다른 금융회사와 핀테크 기업에 제공하는 개념으로 최근 세계 은행들 사이에서 성공 전략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 이 사업을 전담하는 BaaS사업부도 출범시켰다.
한 행장은 취임식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고객’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고객 중심 철학을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최대 고민”이라며 “이는 내년에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기본 과제”라고 말했다. 디지털 고객을 위해 은행권 처음으로 모바일·인터넷 뱅킹의 이체 수수료를 모두 면제하는 방안을 ‘깜짝’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전임 진옥동 행장이 추진해온 방향”이라며 “재무 쪽에선 반대하겠지만 제 의사 결정으로 가장 빠른 시기에 수수료 면제를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하나의 사회적인 메시지가 될 것 같고 모든 은행이 동참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금융 확대에 따른 점포 축소는 ‘속도 조절’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2년간 전국에서 150여 개 점포를 통폐합했다. 내년 초 10여 개 점포를 추가 통폐합할 예정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점포 통폐합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게 한 행장의 판단이다. 그는 “영업점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지만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적 책임 노력에도 힘쓰겠다”고 했다. 은행권에 확산되고 있는 희망퇴직에 관해선 “젊은 인재들의 채용 기회를 확대하려면 희망퇴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 행장은 청주고와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영업통’이다. 1991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퇴직연금사업부 부장과 신한금융지주 원신한전략팀 본부장, 신한투자증권 경영지원그룹 부사장, 신한은행 영업 그룹장 등을 거쳤다. 추진력이 뛰어난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그룹장을 맡은 지난 2년간 전국을 다니며 650개 영업점을 두 차례 이상씩 방문했다. 직원들은 그에게 ‘드래곤볼’(용구)이란 별명을 붙였다. 용신을 불러내기 위해 7개의 드래곤볼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만화 주인공 손오공과 닮았다는 의미에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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