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재부는 8% 세액공제율도 결코 낮지 않다고 버텼다. 일부 의원이 대만보다 지원이 부족하다고 주장하자 공식 설명자료를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대만의 반도체 설비투자 공제율은 5%이고, 일본은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게다가 내년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투자 증가분 세액공제(10%)를 더하면 최대 18%까지 세액공제가 된다고 했다.
기재부는 세수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여당안(양향자 무소속 의원 대표발의 법안)에 대한 세수 감소액을 추계한 결과 △2024년 2조6970억원 △2025년 2조8186억원 △2026년 4조4094억원 △2027년 4조4599억원 △2028년 4조6835억원 △2029년 4조8139억원으로 나타났다.
본회의 이후 경제계는 기재부의 고집과 여야의 무기력을 질타했다. 특히 미국이 지난 8월 반도체투자 세액공제를 25%로 올리는 내용의 법안을 확정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반도체 지원이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정치권에서도 “민간에 활력을 불어넣어 경제를 살리겠다는 정부가 야당보다 더 낮은 설비투자 세액공제율을 주장해 관철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기재부가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7일 “반도체 기업 등의 투자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세액공제 방안을 내놓을지는 상황을 지켜보고 검토를 마친 뒤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30일 “반도체 세제 지원안이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사실상 기재부를 질타하자 기재부 세제실은 곧바로 세액공제율을 더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임시국회에서라도 입법을 마무리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적어도 야당안(대기업 기준 10%)보다는 더 높은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당도 정부가 법안을 발의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새 법안 처리에 협조할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한마디 했다고 해서 여야가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까지 바꿔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도병욱/고재연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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