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대형마트들은 이런 트렌드를 겨냥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기획한 캔 하이볼을 잇달아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채산성 문제로 위스키 원액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대박’을 쳐 주류업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에 나온 CU의 ‘어프어프 하이볼’(500mL)은 출시 1주일여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모두 팔렸다. CU 관계자는 “가장 잘 팔리는 ‘레몬토닉맛’의 경우 한 달 만에 50만 개 가까이 판매됐다”며 “수요를 따라가기 벅차 다른 맛을 생산하는 라인까지 동원해 가까스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선보인 홈플러스의 캔 하이볼 4종(500mL) 중 ‘레몬토닉 하이볼’과 ‘얼그레이 하이볼’은 출시 당일 즉석음료(RTD) 부문 매출 1, 2위를 차지했다. 최초 준비한 물량도 한 달 만에 동났다.
두 유통사가 기획한 이 제품은 일본에서 팔리는 캔 하이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차이점은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느냐, 아니냐다. 일본에서는 원액이 들어간 제품이 판매되지만, 한국에서는 위스키 향을 내는 오크칩을 대신 썼다. 한국형 캔 하이볼에 위스키 원액이 빠진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원래 하이볼에는 3년 정도 숙성한 저가 위스키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싼 위스키를 쓰더라도 한 캔에 3000~4000원인 판매가격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위스키 소비가 폭증했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물류난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비용 부담을 키웠다.
국내 위스키 생산 기반도 취약해 캔 하이볼에까지 돌아갈 규모의 생산 물량을 기대하기는 언감생심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국은 1년의 절반 가까이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 서늘한 기후에서 주로 나오는 양질의 위스키를 만들기 쉽지 않다.
생산설비의 위스키 결감량(숙성 과정에서 자연 휘발되는 양)이 2%를 넘으면 세금을 내도록 규정한 주세법도 기업들을 난감하게 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만 하더라도 다양한 위스키를 즐길 수 있는 설비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국내 생산 여건이 충족된다면 주당들이 만족할 만한 라인업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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