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2일 16: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KB증권이 IPO 조직 개편과 인사이동을 실시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지난해 ‘사상 첫 ECM 1위’라는 성과를 냈지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거래 수임 역량을 강화해 IPO 신규 먹거리 확보에 초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ECM본부장을 겸직하던 심재송 KB증권 IB1총괄본부장(전무)은 겸직을 해제하고 IB1총괄본부장 역할에 집중한다. 2021년 말 심 전무가 IB1총괄본부장으로 승진하면서 갖췄던 겸직 체제였지만 1년 만에 분리됐다.
ECM본부장은 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이 이동해 맡는다. IB 업계에서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이 IB부문 본부장으로 곧장 이동하는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시장 변동성에 커진 만큼 기업가치 산정(밸류에이션) 및 산업 전망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유 상무가 가진 프레젠테이션(PPT) 역량 등 고객사에 어필할 수 있는 능력에도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는 후문이다.
ECM본부 산하의 IPO 조직도 재정비됐다. 길대환 기업금융2부 부장이 ECM1부 부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커버리지 네트워크를 토대로 IPO 거래 수임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됐다. 길 부장은 지난해 10월부터 ECM1부로 자리를 옮겨 일찌감치 업무를 파악해왔다.
앞서 ECM3부와 ECM4부는 작년에 통합해 ECM3부로 재편됐다. 2021년 상반기에 ECM3부를 ECM3부·4부로 분할한 지 1년여 만에 원래대로 돌아갔다. ECM3부·4부를 총괄하던 'ECM담당' 직위는 사라졌다. 올해 유승창 ECM본부장 아래 길대환 부서장(ECM1부), 이상훈 부서장(ECM2부), 이경수 상무보(ECM3부)가 각 부서를 이끌며 KB증권 IPO 실무를 맡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KB증권이 지난해 ECM에서 역대급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 승진 없이 다른 부서에서 IPO 관련 부서로 리더급 인사가 이동했다는 점에서 의외의 인사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KB증권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리그테이블에서 ECM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총 30건, 6조1581억원 규모 주식 발행을 대표로 주관해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IPO 대표 주관 부문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앞세워 KB증권(11건·3조6746억원)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소화했던 2부에만 별다른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 조직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증권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IPO로 역대급 랜드마크 딜을 기록했지만, 그 외에는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KB증권은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원스토어·SK쉴더스·CJ올리브영·WCP·KB스타리츠 등의 대형 IPO를 추진했지만 시장 상황 악화와 고객사 사정 등으로 대다수가 상장을 철회했다. 하반기에 상장을 강행한 WCP와 KB스타리츠가 연달아 공모 흥행에 실패하며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KB증권이 ECM 1위라는 성과를 계속해서 이어가기 위해서는 IPO '곳간'을 채울 필요성도 컸다. 지난해 케이뱅크, 11번가, LG CNS, SK에코플랜트, 카카오모빌리티, 라이온하트스튜디오, 서울보증보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라인게임즈 등 조단위 기업가치를 노리는 많은 기업이 IPO 주관사를 신규 선정했다. KB증권은 이중 LG CNS 1곳의 대표 주관만 확보하는 데 그쳤다. 이번 연말 조직개편 및 인사이동의 주된 배경으로 신규 거래 수임 능력 강화가 꼽히는 이유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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