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전 세계 한식당 가운데 정부가 인증하는 최고의 식당 10곳을 선정한다. 가장 뛰어난 레스토랑의 글로벌 기준이 된 '미쉐린 가이드'처럼 한국 정부가 보증하는 한식 '맛집'을 선정해 전 세계 한식당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이를 'K푸드' 수출의 전초기지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뉴욕·파리·도쿄서 첫 선정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부터 매년 대한민국 정부가 인증하는 '해외 우수 한식당'을 선정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작년 말부터 뉴욕, 파리, 도쿄 등 한식당이 밀집해있는 핵심 대도시 세 곳에 있는 한식당을 대상으로 심사를 진행 중이다. 올해 10곳 선정을 시작으로 매년 심사 대상 지역과 식당을 확대해나간다는 계획이다.해외 우수 한식당 선정 제도는 2019년 한식진흥법이 제정되며 근거가 마련됐지만 2020년 시작된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선정이 2년 간 미뤄졌다. 평가 대상은 주메뉴의 한식 비중이 60% 이상인 한식당들이다.
평가는 대상 식당이 얼마나 '한국의 맛'과 문화를 잘 구현해냈는지가 핵심이다. 맛과 서비스 등 일반적인 식당 평가 기준을 바탕으로 한국산 식재료 사용 비중 및 한국어 사용 직원 유무와 한국 문화가 가게 디자인과 서비스 등에 얼마나 녹아들어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BTS'와 '오징어게임'등 한국의 문화 컨텐츠의 세계적 성공과 더불어 한식도 주목 받고 있는 지금을 한식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최근 부처 내 회의를 통해 농업계 슈퍼스타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BTS와 같은 슈퍼스타가 그 자체로 하나의 산업을 만들어내듯 미식계의 BTS와 같은 한식당이 늘어날수록 한식이 세계화되고, 한식을 만들 때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고추장 등 전통장류나 김치 등 농식품 수출로 이어져 국내 농업을 한 단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것이 정 장관의 지론이다.
○일식 병행 신세 벗어나 미식계 스타로 성장
해외 한식당은 2010년대 초반까지도 한국인 이민자나 여행자들이 주로 찾는 관광식당의 이미지가 강했다. 대도시에선 한인들이 몰려 사는 코리아타운에 밀집해있거나, 한식만으론 장사가 되지 않아 초밥(스시)등 일식이나 중식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 음식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가 우수 한식당에 선정되기 위한 기본 요건으로 주메뉴 가운데 한식 비중이 60% 이상일 것을 제시한 이유다.하지만 소위 'K컨텐츠' 열풍과 현지 한인 2~3세들의 성장, 실력있는 쉐프들의 해외 진출 등이 어우러지며 한식은 한국 역사상 유래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2022년 뉴욕 내 한식당 중 미쉐린가이드에 선정된 곳만 9곳에 달한다. 2021년 6곳에서 1년만에 3곳이 늘었다.
경희대 조리과학과 동문인 박정현·박정은 부부가 운영하는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아토믹스'는 지난해 7월 미슐랭가이드보다도 더 높은 권위를 인정 받는 식당 평가 리스트로 꼽히는 월드50베스트레스토랑(The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서 미국 1위, 세계 33위에 이름을 올렸다. 미쉐린가이드에선 2020년 이후 3년 연속 별2개를 받고 있다.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한국식 BBQ로 미쉐린 1스타 레스토랑으로 인정 받은 '꽃(COTE)'처럼 한국의 식문화를 현지와 어우러진 방식으로 재해석해 인기를 얻는 식당도 있다. 한식당과 한식의 인기가 덩달아 높아지면서 한국 식자재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e커머스인 '김씨마켓', '울타리몰'등 연관 산업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농식품부 산하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2009년 86개국 9253개였던 해외 한식당 수는 2017년 3만3499개로 8년만에 2만4000여개가 늘어났다. 농식품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외식업에 미친 여파 등을 감안한 최신 한식당 현황을 조사 중이다.
농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이미 뉴욕 등 세계 대도시 중심으로 한식을 창의적으로 해석한 많은 식당들이 높은 평가를 받고 현지인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며 "한국 자체의 브랜드 가치도 높아진만큼 우수 한식당을 정부가 인증하는 제도를 통해 한식을 접해보지 않은 외국인들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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