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택트렌즈 온라인 판매 허용 논란…"눈 건강 위협해선 안돼"

입력 2023-01-02 16:21   수정 2023-01-02 17:11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렌즈 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콘택트렌즈가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중국산 등 품질이 검증되지 않은 저가 제품의 무분별한 남용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 국내 관련 산업기반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일 콘택트렌즈 업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12조 5항 ‘콘택트렌즈의 안경원 단독 판매(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에 대한 위헌법률 심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콘택트렌즈의 판매처를 안경원(안경 판매점)으로 제한하는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게 핵심이다. 서울지방법원은 2020년 6월 콘택트렌즈를 해외직구로 판매하다 적발된 사업자에게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 일각에서 “개인의 해외직구는 허용하고, 도매업체의 해외직구는 불법인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과거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콘택트렌즈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 눈 건강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2011년 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이 국회를 통과해 이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콘택트렌즈 업계는 헌재가 해당 건에 대해 위헌 또는 인용 결정을 내릴 경우 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이 원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의료기기인 콘택트렌즈가 안경사를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유통될 경우 소비자의 오남용이 발생할 수 있고, 국민의 눈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이 2019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대비 10~30대 여성의 콘택트렌즈 매출액 대비 각막염 증가 폭은 2011년에 34.2%에서 2013년 30.1%로 감소했다. 규제 시행 이후 각막염 빈도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콘택트렌즈 온라인 구매가 불법임에도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이 저렴하고 편리하다는 이유로 해외직구를 통해 암암리에 콘택트렌즈를 구입하는 실정이다.

콘택트렌즈 단독 판매법을 ‘규제 개선’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콘택트렌즈 업계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규제개혁 독립 정부 기관인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2016년부터 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 허용을 정부에 건의해왔다. 이에 대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지난 8월 건의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난해부터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인공지능(AI) 기반의 전자상거래로 안경·콘택트렌즈의 온라인 판매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 콘택트렌즈 시장 규모는 약 2800억원으로 추정된다. 수입 브랜드인 아큐브, 쿠퍼비전, 바슈롬 등이 전체 시장의 약 80%를 장악하고 있다. 인터로조는 국내 업체로는 유일하게 10%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30여 개 국산 업체들은 자체 브랜드를 내걸고 품질 향상 및 시장 점유율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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