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회 격식 파괴' 정의선 "물 고이면 썩는다…변화 통해 도약"

입력 2023-01-03 12:10   수정 2023-01-03 16:14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일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에서 "올해를 '도전을 통한 신뢰와 변화를 통한 도약'의 한 해로 삼아,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려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현대차그룹 신년회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행사로 진행됐다. 정 회장을 비롯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 및 차량SW담당 사장이 직원들과 마주하고 사업부별 새해 메시지와 사업 방향성 및 비전을 공유했다.

정 회장은 가장 먼저 '전동화 전환'을 언급하며 "지난해 우리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아이오닉 5와 EV6가 각각 '세계 올해의 차'와 '유럽 올해의 차'를 수상하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 톱5를 달성하며 성공적인 전동화 체제로의 전환을 시작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더욱 진화된 차량을 개발하고 공급해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EV9, 코나 EV, 레이 EV 등 경형에서부터 플래그십까지 다양한 차급의 전기차를 출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지킨다는 계획이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정 회장은 "연구개발을 비롯한 회사 전반의 시스템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비로소 보다 완벽한 SDV(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량)을 만들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해,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로 연결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또 2025년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기본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구독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차 생애주기 전반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데이터를 서로 연결하고 가공해 지속적인 혁신 서비스를 공급한다.


현대차그룹은 신사업 분야에 대한 계획도 구체화했다.

정 회장은 "자율주행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이 가능한 차량을 올해 출시하고, 북미에서는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레벨3 수준의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인 'HDP(Highway Driving Pilot)'를 탑재한 G90, EV9을 국내에 선보인다.

이와 함께 미국 법인 모셔널을 통해 북미시장에서 우버(Uber) 등 차량공유기업과 손잡고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아이오닉 5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미래 모빌리티 분야와 관련해 "사람과 사물의 이동 목적에 부합하는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차량을 본격적으로 시장에 선보이고, 항공 이동 수단인 AAM 프로토타입 기체도 개발해 모빌리티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서의 리더십도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PBV 니로 플러스 출시에 이어 올해 차종을 확대하고, 2025년에는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적용한 전용 PBV 모델을 출시한다. 또 롤스로이스, 사프란 등 주요 항공업체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AAM 기체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로보틱스 분야에 대해서도 "로보틱스 랩과 보스턴 다이나믹스, BD-AI 연구소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인류의 복지와 편의를 지원하는 인간 친화적인 제품 공급의 밸류체인을 꾸준히 완성시켜 나가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BD-AI 연구소(Boston Dynamics AI Institute)를 설립했으며, 로보틱스를 비롯한 다양한 미래 신사업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고도의 AI 역량 확보에 집중한다.

정 회장은 이와 함께 "소형원자로(SMR)와 같은 에너지 신사업 분야로의 확장을 추진하고, 더욱 안전한 초고강도 철강제품 개발과 스마트 물류 솔루션 육성에 박차를 가해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소형원자로를 비롯 수소 생산, 전력중개 거래 등 에너지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미래 모빌리티용 초고강도 철강제품 및 신소재 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 안전성으로 생존한 사건을 언급하며 "고객의 신뢰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그 어떤 좋은 제품과 기술도 고객의 신뢰 없이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그룹 신년회가 본사가 아닌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미팅 형태로 열린 것은 정 회장의 도전과 변화 의지를 반영한 결정이다.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는 고유 모델 개발, 엔진 및 파워트레인 기술 자립 등 현대차그룹 성장의 기반이 된 R&D의 핵심 거점으로, 현재는 현대차그룹 기술 및 품질 혁신, 미래 변화를 이끄는 중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타운홀 미팅 형식도 현대차그룹의 경영진이 직접 새해 경영 전략을 설명하고, 직원들과 교감하기 위한 차원이다. 장 사장은 현대차 방향성, 송 사장은 기아 방향성, 박 사장은 R&D 혁신 및 조직문화, 송창현 사장은 SDV 가치와 비전에 대해 발표했다.

정 회장은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목표를 가지고 시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성=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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