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을 전반적으로 옥죄고 있던 규제가 풀린다. 규제지역과 분양가 상한제 적용지역을 해제하고 전매 기간도 획기적으로 완화한다. 분양을 받으면 무조건 들어가서 살아야 하는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고, 12억원이라는 분양가 보증 기준도 없앤다.
국토교통부는 3일 '혁신과 성장의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만들어가겠습니다'라는 주제로 이런 내용을 담은 2023년도 업무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나선다.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을 해제를 추진한다. 현재 규제지역은 서울, 경기도 과천, 성남(수정·분당), 하남, 광명이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은 서울 18개구 309개동, 과천, 하남, 광명시 13개 동이다.
전매제한 기간도 완화한다. 수도권은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이 밖의 지역은 6개월로 줄어든다. 비수도권은 공공택지와 규제지역의 경우 1년, 광역시 도시지역은 6개월로 완화한다. 이 밖의 지역은 전면 폐지한다. 수도권이 최대 10년, 비수도권이 최대 4년간 전매가 제한되던 것을 고려하면 획기적으로 줄어든 셈이다.
전매제한 완화는 시행령 개정 사항으로 즉시 개정에 착수할 예정이다. 시행령 개정 이전 분양을 받았더라도 아직 전매제한이 남아있다면 개정된 시행령을 소급 적용해 완화된 규정이 적용될 예정이다.
분양가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도 폐지한다.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분양받은 수요자는 2021년 2월부터 실거주 의무가 있어 입주 가능일로부터 짧게는 2년 길게는 5년간 해당 주택에 거주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거주하지 않아도 된다.
중도금대출 보증 분양가 기준도 없어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중도금 대출 보증이 가능한 주택 분양가 상한선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됐지만, 여전히 분양가가 12억원을 넘는 주택은 실수요자들이 청약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었다. 또 HUG 중도금 대출은 1인당 5억원까지만 가능해 중도금이 5억원을 넘으면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분양가 상한 기준을 폐지해 분양가에 관계없이 모든 분양 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중도금 대출 보증 인당 한도도 폐지할 예정이다. HUG 내규를 개정하고 은행 시스템 준비를 거쳐 올해 1분기 내 시행할 예정이다.
특별공급 분양가 기준도 사라진다. 투기과열지구 내 분양가 9억원 초과 주택은 특별공급을 배정할 수 없게 제한하고 있어 다자녀 가구 등 특별공급 대상 수요자들이 희망하는 주택을 분양받기 어려웠다. 특공 배정 제한 분양가 기준을 없애 분양가와 상관없이 모든 주택에서 특별공급이 가능하도록 개선한다. 오는 2월까지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하고 시행 이후 사업 주체가 입주자모집 승인을 신청하는 경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1주택 청약 당첨자가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하는 의무도 없어진다. 현재 수도권과 광역시 등에서 1주택자가 청약에 당첨된 경우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택은 입주 가능일로부터 2년 이내에 처분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거래 침체 등으로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워져 입주 등에 어려움이 발생, 기존 주택 처분 의무를 없앤다.
이른바 '줍줍'이라고 불리는 무순위 청약자격 요건도 완화한다. 무순위 청약 요건 중 ‘무주택 요건’을 폐지해 유주택자도 무순위 청약 신청이 가능하도록 개선할 예정이다.
이번 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거시경제 위축과 고금리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부동산 '부맥경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의 급변이 경제에 위협적인 요소가 되지 않도록 선제적이고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정상화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실장은 "각종 세제, 대출 규제 수위가 한층 낮아져 수요자의 주택 구입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숨통을 틔워주는 대책들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런 방대한 범위의 규제 해제가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긴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책 변화가 곧바로 시장 가격에 반영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불확실하다는 현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외부요인이기 때문에 해당 요인을 규제 완화와 같은 국내 정책으로 상쇄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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