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금리 인상, 가계 저축 소진, 부동산 시장 둔화를 경기 침체 유발 요인으로 꼽았다. Fed가 지난해 일곱 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4.25~4.5%로 끌어올린 부작용이 올해 경제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가계의 초과 저축액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2조3000억달러까지 늘어났다가 이제는 1조2000억달러로 줄었다. 도이체방크 예상에 따르면 오는 10월엔 고갈된다. 그동안 미국 경제를 뒷받침한 소비 여력이 감소할 징후다. 금리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면서 역(逆)자산효과도 우려된다. 경기 침체의 징후로 여겨져 온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은행 대다수는 경기 침체 수준이 심각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간, 모건스탠리, 크레디트스위스, 골드만삭스, HSBC 등 다섯 곳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없다고 봤지만, 경제성장률은 미미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이들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0.5%다. 이 중 가장 낙관적인 골드만삭스 수치도 1%에 그쳤다. 2012~2021년 평균(2.1%)에 미치지 못한다.
파월 의장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2%)를 달성할 때까지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며 2023년에 금리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올해 하반기 피벗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Fed가 정책 변화를 선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Fed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점도표(각 FOMC 위원이 생각하는 적절한 금리 수준을 취합한 표)상 올해 말 금리는 연 5.0~5.25%로 현재보다 0.7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관건은 물가다. 미국의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7.1%로 둔화했다. 그러나 노동시장 경색에 따른 임금 상승률은 상당하다. 애틀랜타연방은행 조사 결과 근속자 기준 미국 근로자 임금은 지난해 11월 전년 동기보다 5.5% 오르며 25년 전 조사가 시작된 뒤 최고치를 찍었다. 이직자 기준 상승률은 7.7%였다.
파월 의장은 임금과 물가가 서로를 자극하며 연쇄 상승하는 순환을 우려하고 있다. 단 전문가들은 미국 실업률이 지난해 11월 3.7%에서 올해 5.0%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임금 상승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