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조직문화 개선을 당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전자기업과 조직문화를 비교하면서 현대차그룹의 변화를 콕 집어 주문했다. 정 회장은 “물이 고이면 썩는 것처럼 변화를 멈추면 쉽게 오염된다”며 “결과에 대한 두려움 없이 새롭게 시도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차 한 대에 200~300개 들어가는 반도체가 자율주행차 시대엔 2000개 이상으로 늘어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전자회사보다 더 치밀해지고 꼼꼼해져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정 회장은 “(자동차 기업으로서) 우리만의 과감한 문화가 있지만, 전자회사들은 치밀한 문화가 있다”며 “우리에게 없는 문화는 우리가 조성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어떤 전자회사나 정보통신기술(ICT)기업보다 치밀한 융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능력이 존중받고 원칙이 바로 서는 일터를 위해 지속적인 상시 인사를 시행하겠다”며 “변화무쌍한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저는 쉰 살이 넘었지만 MZ세대일 때가 있었다”며 “그때는 쉽게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듣기만 해야 하는 시기였지만 세상이 바뀌었고, 적극적으로 들으며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특유의 경직된 ‘보고 문화’도 꼬집었다. 정 회장은 과거 자신이 부친인 정몽구 명예회장에게 보고하던 방식을 예로 들었다. 그는 “자신의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한 뒤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어떤 직원은 자신의 생각과 결론 없이 상사에게 A·B·C 세 가지를 주고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며 “자신의 생각과 결론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박정국 사장은 “ICT기업 등 어떤 경쟁자도 쉽게 따라오지 못하는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단순히 직원들의 실패를 용인하는 정도가 아니라 실패가 권리가 되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한신/김형규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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