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새해 벽두에 제안한 국회의원 선거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가 시작부터 반대에 직면했다. 3일 민주당 내에서는 중대선거구제 도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김 의장은 물론 김용민 의원도 “정치 기득권 강화와 계파정치 부활만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서도 물밑에선 반대 기류가 강하다. 지역구 의원 수가 동일한 상황에서 한 선거구에서 여러 당선자를 배출하는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기존 지역구를 대거 합구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내부 경쟁이 불가피한 영남 의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윤 대통령을 의식해 공개적으로 발언하지는 않았다.
김 의장의 제안대로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려면 다음달로 예정된 국회의원 전원회의에서 재적의원 299명 가운데 200명의 찬성을 받아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한 뒤 통과시켜야 한다.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민의힘 의원 전원(115석)이 찬성으로 돌아서고,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주장해온 정의당 등 비교섭단체(8석)를 감안해도 민주당 의원(169석)의 약 절반이 찬성해야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다.
문제는 민주당 내 중대선거구제 도입 요구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중대선거구제는 각 당의 ‘텃밭’ 지역 의원들에겐 불리하고, 경합지인 수도권과 ‘험지’ 의원들에겐 유리하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수도권을 장악했다. 민주당 소속 한 보좌관은 “경기도 전체 59석 중 51석이 민주당인데, 이들 입장에선 여당 원외위원장과 맞붙는 소선거구제가 내부 경쟁이 불가피한 중대선거구제보다 수월할 것”이라며 “친이재명계 대부분이 수도권 소속인 만큼 이재명 대표로서도 중대선거구제를 강하게 찬성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제도 개편이 사실상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동력을 잃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해당사자인 국회의원들이 자신에게 불리한 제도를 도입할 리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에게만 맡기지 말고 그들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독립된 기구에 논의를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국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선거 제도 개편 및 선거구 획정 권한을 부여하자”는 이탄희 민주당 의원(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의 제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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